체중 조절 신경 써 초경 1년 늦추면 6~8cm 더 클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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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심은희(39·여·가명)씨는 두 딸의 성장이 너무 빨라 많이 고민하고 있다. 첫째 딸 유미(9·가명)는 만 7세이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생리를 시작했다. 유미는 또래보다 가슴도 빨리 나와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했다. 친구의 놀림거리가 되자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다. 그런데 요즘 둘째 딸 새롬이(8·가명)도 가슴이 점점 커지고 체중도 크게 늘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새롬이마저 유미처럼 생리를 빨리 할 것을 걱정한 심씨는 두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심씨는 유미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났다는 걸 알았다.

성장을 빨리 멈추게 하는 성조숙증은 사춘기의 시작을 알리는 ‘2차 성징’이 평균치보다 빨리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유방·고환이 커지거나 음모가 자라는 2차 성징이 여야는 만 8세, 남아는 9세 이전에 나타나면 성조숙증에 해당한다.

성조숙증 환자는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는 2006년 6438명에서 2013년 6만6395명으로 10배 이상 많아졌다. 그중 92.5%가 여아다.

유전적 요인이 70~80%

성조숙증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70~80%에 달한다. 부모나 할머니·할아버지가 성조숙증을 겪었다면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족 중 성조숙증이 나타난 적이 없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트랜스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환경호르몬에 자주 노출된 아이에게서 성조숙증이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을 빨리 부른다. 체지방이 많아지면 랩틴이라는 호르몬이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2차 성징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유전·환경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체질’이다. 한의학에 따르면 체질상 간 기능이 약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고 신장이 기능을 과하게 발휘(과항진)해 신장에 열이 나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여기서 ‘신장’은 콩팥뿐 아니라 내분비계 및 호르몬계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른 개념”이라며 “한의학적으로 신장에 열이 나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경이 너무 이르면 대부분 나중에 키가 작다. 초경 이후 평균 5~8㎝ 정도만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를 늦추면 키가 더 자랄 수 있다.

줄넘기, 키 성장에 도움

어릴 때 성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 비만을 유발하고 성조숙증을 부른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비만 어린이는 심폐지구력을 포함해 체력이 떨어져 있기 쉽다. 운동은 강도가 낮은 것부터 단계별로 하는 게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정해 가족이 함께 하면서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줄 없는 줄넘기’는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동작이 쉬워 아이의 흥미를 끈다. 아이의 체지방을 줄이고 골반·무릎의 성장판을 자극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10㎝ 이상 높이 뛴다. 1초에 두 번 뛰는 정도의 속도로 총 30회를 한 세트로 한다. 체력에 따라 세트 횟수를 늘려 가는 것이 좋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발가락이 있는 부분은 바닥에 붙이고 뒤꿈치만 올렸다 내렸다 해주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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