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我中有?, ?中有我<아중유이, 이중유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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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부(趙孟?는 몽골의 원(元)왕조가 중국을 지배하던 시절 최고 서예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송설체(松雪體)’가 그의 서체다. ‘조맹부체’라고도 한다. 그에게는 관도승(管道昇)이라는 이름의 부인이 있었다. 총명하기로 이름이 높았고, 남편 못지 않은 회화와 시작(詩作)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청나라 건륭황제의 명에 따라 제작된 『삼희당법첩(三希堂法帖)』에 그의 작품이 수록됐을 정도였다.

 부부 금슬도 좋았다. 조맹부는 당시 흔했던 축첩(蓄妾)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50살을 갖 넘긴 나이에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조맹부가 부인 관도승에게 넌즈시 건낸다.

 “서예가 왕헌지(王獻之, 344~386년) 선생은 도엽(桃葉)과 도근(桃根)이라는 첩을 뒀고, 시인 소식(蘇軾) 선생도 조운(朝雲)과 모운(暮雲)이라는 첩을 뒀음을 그대 알 것이요. 나 역시 여럿 첩을 둬도 상관 없겠으되, 나이 50에 이르도록 그저 옥당춘(玉堂春)만 지키고 있으니….”

 첩을 들였으면 한다는 뜻이었다. 관도승은 기가 찼다. 그는 남편에게 시 한수를 내민다.

??我?,?煞多情(그대 그리고 나, 깊은 정을 이길 수 없는 사이입니다)
 情多處,熱似火(정은 깊어, 마치 불꽃처럼 뜨겁습니다)
 把一塊泥,捻一個?,塑一個我(한 덩이 진흙을 이겨 하나는 당신, 하나는 나를 빚습니다)
 搜索將?們兩個一齊打破(당신과 나를 다시 짓이겨 뭉갭니다)
 用水調和(물을 다시 부어)
 再捏一個?,在塑一個我(당신을 빚고, 또 나를 빚습니다)
 我泥中有?,?泥中有我(내 진흙 속에 당신이 있고, 당신의 진흙 속에 내가 있습니다)
 與?生同一個衾,死同一個?(살아 생전 당신과 함께 금침을 펴고, 죽어서는 같은 관을 쓰겠지요)

 결과는 뻔했다.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으로 조맹부는 첩 들이려는 마음을 거둔다. ‘我?詞(아농사)’로 알려진 시다. 관도승의 절절한 사랑이 묻어난다.

 이런저런 불륜 사건이 요즘 자주 인구(人口)에 오르내린다. 한 국회의원은 대낮 호텔 성폭행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오늘 부인에게, 남편에게 ‘내 안에 당신 있고, 당신 안에 나 있다(我中有?, ?中有我)’는 사랑가를 읊어주면 어떨까.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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