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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홍수 속 엄마 마음 잡고 병원 살린 비결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GF소아청소년과의원 김우성 원장

소아청소년과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메이저과’였다.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분야이자 돈 잘 버는 과로 분류돼 전공의들이 줄을 섰다. “개업만 하면 순식간에 환자가 100명이 넘고 3~5년 운영하면 집 사고, 병원을 지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출산율이 크게 줄고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기피과 중 하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진료영역이 0~18세까지 한정돼 있는 특수한 개원 시장. 낮은 의료수가로 질이 아닌 양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

그럼에도 성공한 개원의사는 존재한다. 서초·방배지역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은 GF소아청소년과의원 김우성 원장으로부터 잘 나가는 소아과의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미 늦었다

소아과를 선택하는 건 환자가 아니라 부모다.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환자가 모인다. 이미 아이가 태어난 부모의 마음을 잡기엔 너무 늦었다. 잘 나가는 소아과는 예비엄마·아빠를 공략하기 때문이다. GF소아과에서는 매월 예비엄마·아빠를 대상으로 신생아 돌보기 교육을 진행한다. 병원 의사와 예비부모 간 라포 형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다닐 진료공간을 미리 보여줘 눈도장을 찍는 것이다. 예비아빠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시간도 토요일 오후로 정했다. 교육에 참여한 부모의 아이들은 100% GF소아과를 다니고 있다.

◆ILL BABY-WELL BABY 진료공간 분리

다른 소아과와 차별점을 둔 건 건강한 아이와 아픈 아이의 진료공간을 분류했다는 점이다. 소아과는 아픈 아이만 방문한다는 생각의 틀을 깼다. 아이 건강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상담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Well baby clinic’ 별도 공간을 만들어 건강한 아이와 부모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감염의 위험도 없어 안심하고 찾아온다. 예비부모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공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새벽에 열이 심한 아이를 붙잡고 애간장을 태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경쟁력은 밤낮 가리지 않고 다치거나 아플 수 있는 아이 환자를 위해 구축한 365일 진료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의료진, 간호팀 등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직무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24시간 운영 시스템은 병원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 ill baby-well baby clinic 분리시킨 소아과.

◆3년차 직원도 원장과 똑같이 1년에 4주 휴가

이직율이 높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병원이 원하는 인재상에 딱 맞는 간호인력을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그럼에도 인재상에 근접한 직원을 채용도록 노력한다. 채용 후에는 2개월간 멘토를 정해 매뉴얼에 따라 교육한다. 교육 결과를 평가해 성향과 자질에 맞춰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병원시스템-직원-원장과의 부족한 궁합을 채우는 지름길이다.

일단 식구가 되면 근무 만족도를 높여주는 게 최선이다. 직원들은 정기적인 업무 로테이션을 통해 모든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 인해 결원이 생기더라도 업무 공백이 없다. 근무시간은 직원의 개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근속연수에 따라 장기 휴가제도를 도입했다. 3년차부터는 원장과 직원이 똑같이 여름휴가 2주, 겨울휴가 2주를 준다. 충분한 휴식 후 업무에 복귀한 직원은 집중도와 근무 만족도가 높다.

▲ 이유식 교실에서 엄마들과 Q&A시간을 갖는 의사.

◆중국 칭따오에 진출했지만…

유모차 주차장, 소아운동 처방실, 카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그만 둔 사례가 있다. 병원의 성장 전략으로 2005~2010년까지 중국 칭따오에 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병원 내 여러 프로그램이나 상품개발에도 많은 실수와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실패사례를 거기서 끝내지 않고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소아과 호시절은 갔지만 기회는 있다

앞으로 의료시장은 결코 소아과 의원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다. 낮은 수가체계와 점점 낮아지는 출산율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과거의 선배들처럼 개업만 하면 환자 100명은 기본이고, 3~5년 지나면 집 사고, 병원 짓던 시절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자기 병원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규정하고 적용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의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기존 경영의 틀을 깰 수 있는 차별화되고 디테일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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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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