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는 도장 꾹 … 현대·기아차 한 걸음도 못 나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올해 임금협상에서 현대·기아차와 나머지 완성차 3사의 행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맏형 격에다 사정이 제일 나은 현대·기아차는 협상에서 한 걸음도 못나간 반면 다른 회사들은 모두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6월 2일 상견례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8일 15번째 교섭을 벌였지만 이날까지 노사가 안건에 하나도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는 ‘국내 생산량에 대해 노사간 합의한다’ ‘정년을 최대 65세까지 연장한다’는 요구안을 내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생산량 증대에 간섭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면 타결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시간끌기와 타사 눈치 보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장 조합원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차 노사가 여름 휴가(3~7일) 이후 다시 교섭에 들어가더라도 의견차가 커 ‘하투’(夏鬪)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임금 협상을 시작도 못한 채 휴가를 맞았다.

 반면 르노삼성차·한국GM·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3사는 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22일 ▶기본급 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 자율합의(정기상여 제외, 10개 수당 반영)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특히 업계 최초로 호봉제를 없애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불황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와 노조가 합심해 수월하게 타결했다”고 말했다.

 한국GM도 27일 열린 노사 교섭에서 ▶기본급 8만3000원 인상 ▶격려금 650만원(타결즉시 지급) ▶성과급 400만원 지급 등 내용의 임협안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에 협상안을 먼저 제시할 정도로 조기 타결에 전력투구했다. 노조도 여기에 호응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29일 6년 연속 협상을 무분규 타결했다. 기본급 5만원 인상, 격려금 100만원 지급, 퇴직자 지원제도 운영 등에 합의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 중 ‘아우’ 격인 세 회사의 내수 시장 점유율을 합쳐도 갓 15%를 넘는 수준이다. 르노삼성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3’, 쌍용차는 같은 차급인 티볼리가 선전하긴 했지만 여전히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위기의식’에 공감한 노사가 협상을 조기타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 임금 협상은 대부분 부분 파업, 장기 대립으로 8월이나 늦으면 10월까지 이어진 게 보통이었다.

 선우명호 한양대(미래자동차공학) 교수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위기의식’을 체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며 “자동차 업계 임금협상은 국내 산업계 ‘하투’에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여서 완성차 업계 ‘맏형’ 답게 노사가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임지수 기자 kh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