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 조선 빅3, 임원 줄이고 자산 팔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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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 2분기 4조7500억원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가 하반기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2분기 3조31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같은 기간 각각 1조5481억원, 171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저가 수주했던 해양 플랜트의 공정이 늦춰지고 설계를 변경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란 얘기가 나온다. 이들 업체들은 하반기 중 임원 축소와 부서 통폐합, 비핵심 자산 매각, 신규 투자 중지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가장 큰 적자를 낸 대우조선은 팀장급 이상 보직자 92명이 지난달 22일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사력을 다하겠다”고 결의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실사를 거쳐 대규모 물갈이와 임원 축소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단으로부터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특명을 받고 회사로 돌아온 정성립 사장도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을 통해 조직 기강을 바로세우겠다”며 벼르고 있다.

 비업무성 자산 매각도 속도를 낸다. 대우조선해양건설·웰리브·FLC 등 계열사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 등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청계천 인근 대우조선 사옥도 예외가 아니다. 마곡산업단지에 6000억원을 들여 신사옥 및 연구개발(R&D)센터를 지으려는 사업도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사업 전략은 해양 플랜트 수주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가치선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급한 불을 끄는데 최소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증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손실과 뒤늦은 회계 반영 등에 대한 문책도 뒤따를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중순 나올 실사 결과를 본 뒤 책임자 조사, 분식 여부를 가릴 회계 감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비상이다. 적자를 예상한 대우조선과 달리 삼성중공업의 1조원 대 적자는 예상치 못한 ‘어닝 쇼크’였다. 삼성중공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조만간 임원 수를 줄이고 유사기능을 통폐합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기존에 부사장급이 맡고 있던 조선해양 영업실을 해체하고 산하 영업팀을 조선시추 사업부와 해양생산 사업부 직할로 옮겼다. 신규사업으로 추진해 온 풍력발전 사업은 시장 침체에 따라 영업을 중단하고 당분간은 기술 개발만 진행키로 했다. 생산과 직결되지 않는 비효율 자산도 매각할 예정이다.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 사외 기숙사가 ‘1순위’ 처분 매물로 꼽힌다.

 조선 분야 글로벌 1위인 현대중공업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인사를 통해 임원진을 물갈이했다. 신규 상무보 선임자 37명 가운데 40대가 46%인 17명을 차지했다. 사실상 경영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임원 262명 중 81명을 내보냈고, 올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연장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항상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대우조선도 가까운 시일에 희망퇴직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환·김경진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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