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측 ‘한국롯데 회장 임명’ 문서 공개 … 롯데 측 “법적 효력 없고 진위도 안 가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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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측이 31일 공개한 임명장.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KBS TV 캡처]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이날 ‘손글씨 회장 임명장’과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육성 파일을 KBS 뉴스를 통해 공개했다. A4용지의 이 문서는 ‘회장 임명’이라는 제목 아래 “7월 17일자로 장남인 신동주를 한국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차남인 신동빈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문서에는 ‘총괄회장 신격호’라는 사인과 도장이 찍혀 있다. 이 문서대로라면 신동빈(60)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이틀 만에 신 총괄회장이 이를 부인하고 장남에게 한국 경영권을 넘겼다는 말이 된다.

 KBS 뉴스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직접 본문을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은 본인이 하고 도장도 찍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육성 녹음파일도 함께 공개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를 찾아가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일본어로 대화했다.

 이 육성 파일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들을 해임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쓰쿠다(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와 신동빈을 그만두게 했잖아” “강제로 그만두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또 쓰쿠다 부회장을 해임한 직후 “잘 부탁한다”고 말해 판단력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내가 말한 것은 다른 데 가서도, 거기서도 제대로 잘하라는 의미로 말한 거다”고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이 아버지를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했다”고 하자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거냐?”고도 했다.

 롯데그룹 측은 해당 문서에 대해 “법적 효력도 없으며 진위도 가려지지 않았으므로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개된 육성 파일에 대해서도 “총괄회장님의 의중이 롯데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상법상 원칙에서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신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은 부친 제사를 지내러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아버지를 어떻게…. 주인이고 총괄회장인데 해임을 하나. 도덕적으로 봤을 때 이상하다”며 신동빈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이 ‘(차남에게) 회사를 탈취 당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총괄회장은 몇 년 전부터 장남을 최종 경영자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신동빈 회장이 한·일 양국 경영권을 차지했다는 보도를 보고 격분했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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