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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美대학 "등록금 올려 메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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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는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미국 주립대들이 등록금 올리기에 바쁘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주(州)정부들이 주립대에 대한 지원금을 줄인 게 큰 원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경우 인상률이 40%에 이르며 뉴욕 주립대도 30%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사립대도 마찬가지다. 3년째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체들과 동문들의 기부금이 크게 줄어든 데다 자체 기금 운용도 증시침체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재정난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몽땅 전가하려 하자 의회에서는 수업료를 많이 올리는 대학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치솟는 공립대 등록금=높은 실업률(5월 6.1%)로 대변되는 경기부진 속에서 주립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수업료를 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최근 주내 거주 학부생들의 새 학기 수업료 인상률을 27%로 정했다. 학교 측은 주정부가 올 초 삭감한 지원금만큼을 인상률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주정부들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예산적자가 커지자 주립대 보조금 등 지출을 줄이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 학부생들은 1년 전보다 40%나 많은 학비를 내야 할 판이다. 뉴욕주도 주립대 수업료를 3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버지니아 주립대 등록금도 20% 오를 예정이다.

미국 주립대학 협의회의 트래비스 레인들 국장은 "아직도 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률을 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평균 12.5%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상률은 9.6%였다.

◆사립대는 기부금 감소로 고전=개인이나 기업들이 미국 대학에 낸 기부금은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랜드연구소 산하 비영리단체인 교육기관지원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 회계연도의 민간 기부금은 1.2% 줄어든 2백39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조사를 주관한 앤 카플란은 그 이유를 계속된 증시침체와 경기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이 쪼들리게 된 대학들이 장학금과 학생들에 대한 각종 혜택을 줄임에 따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융자금 창구로 몰리고 있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저리 대출 프로그램이 인기이지만 개인당 한도가 있어 학비 전액을 조달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은행에 융자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학 수능시험(SAT)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02~2003학년도 학비 융자액수는 모두 50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39%나 늘어났다. 1996학년도의 10억달러에 비해서는 다섯배로 증가한 것이다.

코네티컷주 페어필드대의 경우 학생들의 개인 융자가 6백5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35%나 늘었다. 재정난에 쪼들리는 대학들은 기부금 입학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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