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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 대정부질문] "파업하기 좋은 나라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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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친(親)노조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정부의 노조 편향 정책이 현 '경제 난국'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친노조로 이끈 책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을 지적하며 사퇴를 요구한 의원도 있었다.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 의원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파업하기 좋은 나라, 이익단체의 실력행사가 정책을 좌우하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라며 "현실을 모르면서 어설픈 이론으로 불법을 조장한 노동부 장관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金의원은 "이 같은 정부의 노조편향적 정책으로 인해 기업이 압박받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같은 당 주진우(朱鎭旴) 의원은 "두산중공업파업,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에서 보았듯이 정부는 스스로 경제 원칙과 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노조편향적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朱의원은 "정부의 행정권이 참여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단체에 있다는 소리가 있다" 고도 했다.

이에 대해 고건(高建) 총리는 "정부 정책이 꼭 노조 편향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불법 행위에는 엄격히 대처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정부 측 답변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까지 정부가 친노조 정책을 펴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 박병윤(朴炳潤)의원은 "편법과 미봉책으로 일관한 노동정책 때문에 노사.집단 갈등이 극에 달해 있다"며 "기업과 외국인들이 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구종태(具鍾泰) 의원은 "노동친화적인 정책보다 시장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질문에선 청와대 실세들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경제 현안에 개입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박병윤 의원은 "공권력 주변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장관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조차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실세들의 영향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은 "특정 수석들이 경제 현안에 개입하는 상황에선 이른바 '코드 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해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의원은 "조흥은행 매각 문제 등에서 청와대 참모진이 해당부처를 제치고 먼저 전면에 나서 원칙을 깼다"며 "그렇다면 경제사령탑은 도대체 누구냐"고 따졌다.

신용호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등신외교'발언으로 하루 동안 파행됐던 국회가 10일 정상화됐지만 의석이 텅 빈 채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고 있다.[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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