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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융합형 과학 공부] “관심 분야 프로젝트 실행 경험 쌓고 전문성 키워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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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자체 개발한 3D 프린터기로 만든 지구본을 들고 제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커서 뭐가 될까.’ 요즘 청소년은 입시에 쫓기다 보면 진로 고민은 먼 나라 일이 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은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다. 고학년이 될수록 도전정신도 움츠러든다. 족집게 과외보다 용기를 북돋워 줄 멘토가 필요한 때다. 2006년 12월 우리나라 첫 우주인 후보에 도전했던 고산(39)씨를 지난 14일 만났다. 그는 우주인 교육과정에서 겪은 아픔을 딛고 3D 프린터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청년들의 벤처 창업을 돕는 비영리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갖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진로를 개척해 가는 그의 도전정신에 대해 들었다.

-어린 시절 모습은 어땠으며 우주인 선발에 도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컸다.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과학잡지에서부터 공상과학이나 탐험소설까지 꾸준히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다. 그중엔 심해 탐사나 고립된 오지에서 공룡을 발견하는 내용도 있었다. 야생동물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도 즐겨봤다. 고교 시절엔 우주·천문에 대해 관심을 키웠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할 때 대한민국 첫 우주인을 찾는다는 광고를 봤다. 역사적인 일에 동참하고 싶고 역량을 발휘할 기회라고 여겼다. 그 즉시 앞뒤 따지지 않고 지원했다.”

-대한민국 첫 우주인 후보는 어떻게 될 수 있었나. 그때 배운 교훈은.

“우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다거나 실력이 뛰어나 뽑힌 건 아니다. 당시 우주인 후보로 함께 선발된 사람들 중엔 과학자는 물론 의사, 공군 조종사, 교사 등 뛰어난 경력자들이 많았다. 여러 분야에서 선발된 후보자들은 오랜 시간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우주인이 갖춰야 할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게 된다. 내가 선발될 수 있었던 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아마추어 복싱대회 출전(동메달 수상), 암벽 등반 같은 평소 하는 일과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런 작은 도전들이 신기하게도 후보로 선발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독서는 기본이다. 많이 도전해 보고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작은 도전들이 모이면 더 큰 도전을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된다.”

-우주선 비행 한 달을 앞두고 후보에서 탈락했다. 당시 고통이 컸겠다. 어떻게 극복했나.

“사람들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 그 일이 나머지 선택지보다 낫다고 판단해 행동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렇게 선택한 길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그때 주저앉아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실패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실패했다면 남아 있는 다른 선택을 빠르게 취해야 한다. 그 선택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고 다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실패하며 쌓은 경험이 다른 선택을 더 큰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지금은 3D 프린터 제작사 대표가 됐다. 그렇게 진로를 찾아 개척해 오면서 배운 교훈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말이 있다면.

“당장 눈앞에 관심 가는 일이 있다면 바로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나씩 시도하고 채워가다 보면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이 점차 뚜렷하게 보인다. 처음부터 완전한 꿈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영양분과 물·햇빛이 필요하듯 꿈이 자라려면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얻은 깨달음이 필요하다. 작은 일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꿈에 늘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꿈이 점차 크게 자라날 수 있다.”

-요즘 교육계에 창의와 융합이 화두다.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 학창 시절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까.

“관심 분야에 대해 개인 프로젝트를 실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비행물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예를 들어 드론(drone·무인 항공기)을 직접 제작해 본다. 먼저 드론을 만드는 법을 찾아 공부하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한다. 이어 재료를 구하기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운 뒤 필요한 재료를 장만해 직접 만들어 날려보는 식이다. 자기만의 프로젝트가 없으면 공부와 입시에서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전력 질주하기가 쉽지 않다. 공부가 이렇다면 궁극적으로 인생에서도 목표를 제대로 세우거나 도전하는 삶을 살기 어렵다. 빨리 자신을 돌아보고 관심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고산 대표

서울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우주인 선발에 지원했다. 2006년 12월 1만8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우리나라 첫 우주인으로 선발돼 러시아에서 우주비행 훈련을 받았다.

그러다 훈련 규정 위반으로 우주선 발사 한 달 전 이소연씨와 교체되는 아픔을 맛봤다.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2년간 근무했다. 이후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가 과학기술 관련 공공정책을 공부하다 잠정 중단했다.

 2011년 겨울에 귀국해 청년 창업을 돕는 비영리 법인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이어 2014년 7월 1일 3D프린터 생산 회사인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2015 대한민국 융합교육 페스티벌’에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삶의 경험을 통해 이뤄나가고 있는 꿈과 도전에 대해 얘기할 계획이다.

글=이혜진 객원기자 lhj@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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