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재인 “카리스마 없어서 …” 박지원 “호남 타령 죄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카리스마가 없어 죄송합니다.”(문재인 대표)

 “자꾸 ‘호남 타령’만 해서 죄송합니다.”(박지원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3일 시작할 ‘셀프디스 캠페인’의 한 대목이다. 셀프디스는 ‘자신(self)’과 ‘무례하게 굴다(disrespect)’를 합친 인터넷 용어다. 한마디로 ‘자아비판’하기다.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은 “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셀프디스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트위터 등에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주자로 문 대표와 박 의원이 나선다. 문 대표는 ‘카리스마’를 주제로 자아비판을 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사람들이 제게 ‘카리스마’가 없다고 합니다. 초선이라 정치를 잘 모르니 매번 강하게 나가지 못한다고도 합니다”고 적기로 했다. 이어 “ 이런 단점은 평생을 인권변호사 활동을 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게 제가 살아온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게 제 약점입니다. 제 약점을 정치권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결말을 맺는다.

 박 의원은 자신이 왜 ‘호남 맹주’라는 말을 듣는지를 주제로 삼았다. 박 의원은 “제가 입만 열면 호남 얘기만 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한 뒤 “서러웠습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버려진 자식 취급을 받는 게 슬펐습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그런 뒤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면 꼭 호남에 돌아와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일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을 자아비판하게 만든 이는 문 대표가 영입해온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처음처럼’ ‘참이슬’ 같은 브랜드를 작명한 손 위원장이 낸 첫 작품이 ‘셀프디스 캠페인’이었다. 당 핵심관계자는 “21일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 처음 참석한 손 위원장이 직접 캠페인 의도를 설명하며 시안을 선보였는데 문 대표가 흔쾌히 동의했다”며 “일부 당직자가 ‘이미지 관리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문 대표가 ‘나는 좋다’면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와 1번타자로 나설 인사론 손 위원장이 비노 진영의 박 의원을 먼저 지목했다. 셀프디스 캠페인의 취지를 들은 박 의원도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셀프디스의 내용은 주제부터 퇴고까지 손 위원장이 관여한다. 첫 주자인 박 의원 측이 셀프디스의 마지막을 ‘당과 함께 승리로 이끌겠다’라고 가져오자 손 위원장은 “마무리를 익살스럽거나 재미있게 끝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손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셀프디스의 핵심은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약점이 장점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엔 앞으로 이종걸 원내대표와 당 최고위원 등 20명이 차례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어 소속 의원 130명 중 100명까지도 원하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손 위원장이 의원들과 인터뷰하면서 주제를 상의하고 제목과 문장을 다듬어 주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손 위원장 주도로 당 슬로건과 현수막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도 마쳤다. 여름철을 맞아 당 슬로건을 ‘시원한 정치로 거듭나겠습니다’로 바꾸고 23일부터 여의도 당사 등에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의원별 맞춤형 슬로건도 만든다. ‘새정치가 꿈꾸는 세상’이란 제목과 함께 의원들이 평소 중시하는 가치를 현수막에 담기로 했다. 21일 당 회의에선 ‘원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문 대표), ‘군대가 스펙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김광진 의원)는 내용이 보고됐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