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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외교' 정치권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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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정책위의장이 9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등신 외교'라고 비난하자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색을 하고 반격했다.

청와대는 즉각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며 대정부 질문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과민반응이자 자가당착"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은 "정상 외교 중인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망언은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이라며 "야당이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盧대통령 귀국 후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문제와 관련, 李수석은 "한나라당이 제1야당의 품위를 지켜 (사과 여부 등을) 결정해 주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 의총도 격앙됐다. 정대철(鄭大哲)대표는 "이 시각에도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 일본에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초당 외교는 못할망정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배기선(裵基善)의원은 "지난번에도 경제가 빨리 망하는 게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고 말하는 등 한나라당은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당"이라고 꼬집었다.

신당 추진파인 신기남(辛基南)의원도 "아무리 당내 문제로 어수선하지만 이번 사안은 집권 여당으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가세했다.

"오냐오냐 하니까 할아버지 상투잡고 흔드는 격"(薛勳 의원), "월드컵 선수가 좀 못뛴다고 깡통을 던지는 꼴"(宋永吉 의원)이라는 비난도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민주당의 국회 불참은 굴욕적 외교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난에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며 "철없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도 "이런 문제로 국회를 보이콧하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문의 당사자인 이상배 의장은 개인 성명에서 "국어사전에 '등신'이란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로, 경상도에선 애교 섞인 책망을 할 때 흔히 쓰는 말"이라며 "청와대와 집권당은 공연한 말 트집이나 잡는 유치한 충성 경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재반박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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