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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의무로 열심히 일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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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사진 용인동부경찰서 제공]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현직 국정원 직원이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한 가운데 유서 내용이 공개됐다.

당초 국정원 직원의 유서는 3장으로 밝혀졌지만 용인동부경찰서에서는 유서 1장만을 공개했다. 그 이유는 가족들 앞으로 남긴 유서 2매에는 순수하게 가족에 대한 내용만 포함돼 유족 뜻에 따라 국정원에 남긴 유서만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9일 11시 35분, 박지영 용인동부경찰서장이 용인동부경찰서 2층 소회의실에서 진행한 국정원 직원 변사사건 관련 수사사항에 따르면 유서에는 동료와 국민들에게 논란 돼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박지영 경찰서장은 “18일 12시 02분 경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소재 마을과 약 600m 가량 떨어진 한 야산에서 국가 정보원 직원 A씨가 자신 소유의 차량 내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며 "검안 소견은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법원 영장을 받아 오늘 오후 2시 원주 국과수 본원에서 부검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국정원 직원 A씨는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8일 낮12시2분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의 한 야산 중턱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시 임씨는 운전석에 숨진 채 앉아있었으며, 조수석 앞과 뒷좌석에는 다 탄 번개탄이 남아있었다. 조수석에선 A4 용지 크기의 노트에 자필로 쓴 유서 3장이 있었다.

본지 취재 결과 임씨는 국정원 본원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해킹 프로그램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임씨가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국정원 직원이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직책이나 구체적인 업무를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분야에서 유능한 전문가라고 하던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씨는 최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 의혹 등으로 확산되자 심한 압박감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가 집을 나선 건 이날 오전 5시쯤이다. 임씨의 부인은 “남편이 평소처럼 출근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5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30분쯤 임씨는 경찰과 소방당국에 "남편을 찾아달라"고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인이 왜 갑자기 실종 신고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인근 야산 일대를 2시간 가까이 뒤진 끝에 임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8일 당일 임씨의 동선을 확인하는 한편 구체적인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유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께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게 되어 죄송합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고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합니다.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습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온라인 중앙일보 [사진 용인동부경찰서 제공]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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