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성공단 임금 145원 차이로 남북이 다퉈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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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보루인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은 70.35달러다. 연간 인상률은 5%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5% 상한선을 철폐하고, 올 3월분 임금부터 5.18% 인상된 74달러를 5만4000명 근로자의 최저임금으로 적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단호하게 ‘수용 불가’로 맞서면서 갈등이 고조돼 왔다. 중간에 낀 123개 입주기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근로자 철수에 따른 가동 중단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16일 열렸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5차례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서울과 평양으로 실시간 생중계되는 가운데 상부의 지침과 훈령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재량권 없는 남북회담의 문제점은 여전했다. 답답한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

 임금 규정은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금액을 떠나 원칙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3통(통신·통행·통관)이나 근로 조건 문제에서 북한이 성의를 보이면 임금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보였다. 이 기회에 다른 현안까지 일괄 타결할 속셈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임금 규정은 주권 사항이라며 임금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다.

 합의 규정을 무시한 북측이 먼저 잘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임금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싼 것도 사실이다. 수당을 포함해 개성공단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141달러로, 중국(659달러)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259달러)나 베트남(193달러)보다 저렴하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 대부분이 임금을 올려줄 여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한다.

 기존의 상한선인 5% 인상안과 북한이 요구한 5.18% 인상안의 차이는 0.13달러(약 145원)에 불과하다. 남북한의 소득 격차는 21.4배까지 벌어졌다. 원칙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좀 더 아량을 보일 필요도 있다. 개성공단이 잘되고, 확산되는 것만큼 좋은 통일 준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