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 사겠다” 중국, 반도체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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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도약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반도체 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 의사를 밝혔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제안한 인수대금은 230억 달러(약 26조2000억원)에 달한다. 칭화유니그룹의 자오웨이궈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이크론과 협력하는 데 관심이 매우 많다”고 말해 인수설을 뒷받침했다. 마이크론은 이날 이번 인수 제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D램으로 벌어왔던 마이크론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줄어들면서 실적부진을 겪어왔다. D램 값 하락으로 올 1분기 매출은 25억37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9.9%,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떨어졌다.

 마이크론은 2013년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를 인수하면서 세계 2위 D램 회사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당시 점유율은 28.2%까지 치솟았지만 마이크론은 시장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업계는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 인수에 성공하면 세계 반도체 시장 지형이 빠르게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10년간 우리 돈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밝힌 데다 칭화유니그룹이 본격적으로 모바일 D램 생산을 시작하면 샤오미와 같은 중국 스마트폰 회사의 D램 물량이 중국 내에서 소진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은 1998년 칭화대가 설립한 곳으로 2013년 두 곳의 모바일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며 중국 내 최대 반도체 회사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엔 인텔로부터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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