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2연승 이끈 라이트 최귀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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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도, 박철우도 없었지만 최귀엽(30)이 있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최귀엽의 활약을 앞세워 컵대회 2연승을 달렸다.

삼성화재는 14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OVO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3-0(27-25, 25-21, 25-17)으로 완파했다. 2연승을 기록한 삼성화재는 조 1위에 오르며 준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최귀엽이 공격의 선봉장이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김명진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러나 1세트 중반까지 김명진이 부진하자 최귀엽 카드를 꺼냈다. 최귀엽은 1세트 중반에 들어갔지만 3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삼성화재는 26-24 역전승으로 1세트를 따냈다. 최귀엽의 진가가 드러난 건 2세트였다. 몸이 완전히 풀린 최귀엽은 오픈공격을 잇달아 성공시킨 데 이어 백어택까지 날렸다. 블로킹 2개 포함 2세트에만 9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3.9%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전의가 꺾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가볍게 3세트까지 따냈다. 최귀엽은 양팀 통틀어 최다인 15점을 올렸다.

컵대회는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 삼성화재 공격의 절반 이상을 도맡는 레오가 나설 수 없다. 레오를 뒷받침하던 공격수 박철우(30)도 군복무중이다. 자연히 공백을 메우는 역할은 김명진과 최귀엽이 해야 한다. 최귀엽은 경기 뒤 "명진이 대신 들어갈 때 감독님이 팀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악착같이 뛰었다"며 "첫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웃었다.

사실 최귀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달 전 왼쪽 발목을 다쳐서 4일 정도 훈련에서 빠졌다. 임도헌 감독도 "원래 몸 상태가 좋았는데 4주 전에 발목을 삐어서 감각이 떨어진 듯 했는데 오늘 아주 잘 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최귀엽은 "원래 한 번 다쳤던 발목이라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최귀엽은 지난 시즌까지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챔피언결정전에 팀에 복귀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신치용 감독은 최귀엽에게 큰 기대를 걸었으나 팀이 3연패를 당하면서 최귀엽이 활약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최귀엽은 "처음에 팀에 왔을 때 운동을 많이 못한 상태라 확실히 체력도 부족했다. 그런데 쉬고 나서 이번 시즌에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체력이 많이 올라왔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미소지었다.

청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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