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추경 예산안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4일자 26면>

추경은 타이밍이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11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세수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세입 추경 5조6000억원과 메르스·가뭄 대책 등에 쓸 6조2000억원의 세출 추경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금융성 지원과 민자부문 선투자 등을 합한 재정 보강 규모는 21조7000억원이다. 추경 없이 46조원의 정책 패키지를 동원했던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추경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한 급격한 경기변동 완화가 목적이다. 그런 만큼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성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지나쳐서도 모자라도 곤란하다. 먼저 우리 경제가 얼마나 허약해졌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느 정도의 고단위 처방이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은 메르스·가뭄에 중국의 부진, 그리스발 국제 금융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상황이다. 이번 재정 보강 규모 22조원은 애초 당정회의에서 제시됐던 15조원보다 7조원가량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추경 11조8000억원 중 구멍 난 세수를 메우는 데 5조6000억원을 쓰고 나면 경기 부양에 쓸 수 있는 돈은 6조원 정도다. 2013년 정부는 17조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 피해가 국내총생산(GDP)의 0.3%라고 보면 이를 방어하는 데만 6조~9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세수 부족분 7조~8조원을 감안하면 대략 13조~17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우리는 줄곧 ‘충분하고 신속한’ 추경을 주문했다. 좀체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는 경기 흐름을 돌려놓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왕 규모를 확정했으면 남은 건 집행이다. 당장 경기 부양 효과만 보겠다며 인건비와 물건비 위주로 돈을 풀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력 확충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관광산업의 인프라 확장 투자 같은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국채 발행으로 늘어나는 나랏빚도 단단히 조여야 한다. 추경 이후 국가채무는 GDP 대비 37.5%로 1.8%포인트 늘어난다. 아직은 선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지만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 추경을 통해 경기를 확실하게 살려놔야 세수가 늘고 분모인 GDP가 커져 장기 재정건전성이 좋아진다.

 추경은 특성상 속도가 생명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여당은 오는 20일까지는 통과돼야 추경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내년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섞였다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따질 건 정확히 따지되 대안 없는 발목 잡기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당·청 갈등과 집안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는 여당이나 ‘거부권 정국’을 빌미로 추경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야당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래서야 다음달에 돈이 제대로 풀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겨레 <2015년 7월 4일자 23면>

추경, ‘메르스·가뭄·불경기’ 극복에 초점을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정부가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3일 확정했다. 이런 추경에다 기금 지출 조정과 공공기관 투자·출연 금액 등을 더하면 모두 22조원의 재정 보강이 이뤄진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장을 줄이면서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는 데 한몫하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정부는 추경을 짜면서 세입 결손을 메우기 위해 5조6000억원을 책정했다. 추경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지난 3년 내리 세수가 많이 모자란 데 이어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짙어서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세수 추계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얘기여서 그냥 넘길 수 없다. 한두 해도 아니고 4년째 이러니 말이다. 게다가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빚어지기 전에 경기회복세가 꺾이고 있었지만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경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망하는 게 쉽지 않고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더하다고 해도 미덥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세출 항목을 보면, 메르스와 가뭄 극복을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 같다. 그런데 서민층을 위한 배려는 미흡해 보인다. 청년인턴제 확대와 저소득 노인 일자리 증대 방안 등이 있기는 하나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부분이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여서다. 이런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긴 하지만 아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가 부진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좀 더 효과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통령 국외 순방을 뒷받침하는 예산이 포함된 것도 그렇다. ‘경제사절단 파견 및 상시 비즈니스 지원’ 명목으로 32억원이 편성됐다고 한다. 이런 예산이 있으면 수출 지원 활동에 보탬이 되고 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으나 굳이 추경에 넣어야 할 정도의 사안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부는 추경 재원의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간의 촉박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증세 등을 통한 세수 확충 방안이 없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이번에도 지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힘이 달림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인 논의를 하되, 처리 시한을 많이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경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정부와 여당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논리 vs 논리

경기 살릴 자금 시급성 강조 … 추경 예산 내역 적정성 따져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2015년도 추가경정예산 관련 보고를 마친 뒤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정부가 7월 3일 국무회의에서 총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과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세입 용도가 거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세수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세입 추경 5조6000억원과 메르스·가뭄 대책 등에 쓸 6조2000억원의 세출 추경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금융성 지원과 민자부문 선투자 등을 합한 재정 보강 규모는 21조7000억원이다. 정부가 확정한 추경안에 대한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확연하게 갈린다. <중앙>은 추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면서 처리 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겨레>는 메르스·가뭄·불경기 극복 등 추경안 내역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데 중점을 주고 있다. <중앙>은 사설 제목에서부터 “추경은 타이밍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줄곧 ‘충분하고 신속한’ 추경을 주문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좀체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는 경기 흐름을 돌려놓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거듭 ‘추경은 특성상 속도가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한겨레>는 “추경, 메르스·가뭄·불경기 극복에 초점을”이란 사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추경안이 갑작스럽게 닥친 국가의 재난 극복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추경안을 둘러싼 논란은 매년 비슷하게 반복된다. 추경안을 내놓는 측은 항상 긴급 자금 성격의 추경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통과 시기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긴급하다는 명분을 이유로 충분한 검토 없이 추경안이 통과되거나 불필요한 예산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맞선다. 올해 추경안을 둘러싼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도 이와 비슷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중앙>은 추경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한 급격한 경기변동 완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성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신속한 국회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20일까지는 통과돼야 추경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소개하면서 따질 건 정확히 따지되 ‘대안 없는 발목 잡기’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인 논의를 하되, 처리 시한을 많이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추경안 내역에 대한 꼼꼼한 점검을 강조한다. 특히 추경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5조6000억원이 세입 결손을 메우기 위해 책정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4년째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세수 부족은 곧 정부의 세수 추계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정부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앙>은 ‘지금은 국내외 경제적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상황이어서 이번 재정 보강 규모 22조원이 애초 당정회의에서 제시됐던 15조원보다 7조원가량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전체 추경안 중 세수를 메우는 데 들어갈 돈을 제외하면 경기 부양에 쓸 수 있는 돈은 6조원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아울러 <중앙>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왕 규모를 확정했으면 이제 집행의 적절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경기 부양 효과만 보겠다며 인건비와 물건비 위주로 돈을 풀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력 확충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겨레>는 세출 항목을 보면 메르스와 가뭄 극복을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 같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서민층에 대한 배려가 미흡해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여서 청년인턴제 확대와 저소득층, 노인 일자리 증대 방안 등이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민층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 국외 순방을 뒷받침하는 예산 등은 굳이 추경에 넣어야 할 사안인지 의문스럽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한편 추경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국회에 당부하는 두 신문의 입장은 여야 모두를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면서도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인다. <중앙>은 당·청 갈등과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는 여당이나 거부권 정국을 빌미로 추경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야당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여야의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특히 정부와 여당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