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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예방하는 저유분 조리법…기름은 안 쓰고 공기로 튀기니 겉은 바삭, 지방은 쏘~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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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은 소아비만에 노출되기 쉬운 시기다. 활동량이 줄고 간식을 평소보다 자주 먹는 탓이다. 방학 때는 살이 찌는 속도가 학교에 다닐 때보다 두세 배 빠르다는 조사(미국 오하이오주립대)도 있다. 어릴 때 기름진 맛에 길든 입맛은 비만으로 이어진다. 아이의 입맛을 바로잡는 방법 중 하나는 조리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지방은 줄이고, 영양가는 높이는 저유분 조리법이 그것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어린이 식습관은 평생 건강의 주춧돌인 만큼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조리법으로 입맛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15~18세 비만율 세계 최고 수준

소아청소년 비만은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각종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전조증상이어서다. 소아청소년 비만 중 3분의 2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국내 15~18세 청소년 비만율은 세계 1위다.

강재헌 교수는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대사질환·비만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기름진 식습관”이라고 말했다. 국내 초·중·고생 8만258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0명 중 6~7명은 주 1회 이상 햄버거·피자·튀김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2014).

지방은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주요 영양소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뇌를 발달시키는 재료다. 문제는 남은 지방이 체내에 쌓이는 것이다. 강 교수는 “육류 소비가 늘면서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고, 올리브유 같은 웰빙 기름 소비도 증가해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기름도 열량이 높으므로 많이 먹으면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고지방 식습관은 비만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13년 ‘정신신경내분비학’ 저널에는 패스트푸드 같은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불안·학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이는 약물중독과 유사한 증상이다.

미국 일리노이의대 연구팀은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전체 열량의 60%를, 다른 그룹은 10%를 지방으로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고지방 식사 그룹은 1주일도 안 돼 다양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평소보다 오래 굴을 파며 트인 공간으로 나서기를 꺼렸다. 기억력과 사물을 인식·학습하는 능력도 떨어졌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사를 한 쥐 그룹의 뇌에서 도파민 신호전달에 장애가 생겼다고 말했다. 도파민 신호전달 장애는 비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아이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온에 오래 노출된 기름서 유해물질

기름을 쓰는 요리에서는 조리법이 건강을 좌우한다. 기름을 활용한 대표적인 요리는 튀김이다. 기름에 튀겨낸 치킨·감자튀김·새우튀김은 바삭한 식감과 감칠맛이 있지만 자칫 칼로리 과잉으로 이어진다.

강 교수는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는 과정에서 기름 흡수율이 늘어나 열량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기름이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벤조피렌 같은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도 문제다. 강 교수는 “지방을 줄이는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는 지혜가 건강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저유분 조리법은 지방 함량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이다. 열량은 낮추면서 맛과 영양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먼저 조리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기름이 아닌 공기에 튀기는 ‘필립스 에어프라이어’ 같은 제품도 나와 있다. 음식 재료의 지방 성분을 이용해 튀김·구이·베이킹을 할 수 있다. 뜨거운 공기가 순환하면서 재료를 감싸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조리하는 방식이다.

 기름 사용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은 아이가 자극적인 기름 맛에 길드는 것을 예방한다. 식품을 기름과 에어프라이어에 각각 튀긴 후 지방 함량을 비교했더니 에어프라이어 조리 시 최대 82%까지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저녁 반찬으로 주로 먹는 삼겹살, 고등어구이도 조리법에 따라 지방 함량에 차이가 있었다. 삼겹살과 고등어를 에어프라이어로 튀겼더니 기름을 둘러 프라이팬에 구웠을 때보다 지방 함량이 각각 30%, 10% 줄었다.

 볶음요리를 할 때 기름을 조금만 두르고 물을 함께 사용해 볶는 것도 저유분 요리법 중 하나다. 센 불로 단시간에 볶고, 채소는 미리 살짝 데쳐 볶아야 기름 흡수율이 낮다. 부침 요리는 코팅이 잘 된 프라이팬에 식물성 기름을 살짝 묻힌 상태에서 요리하는 것을 권한다. 음식의 기름 함량을 줄여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저유분 조리법=기름 사용을 최소화하고 식재료 내 지방 성분을 활용하는 건강한 조리 방법이다. 기름에 튀기거나 기름을 둘러 굽는 것보다 최대 82% 지방 함량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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