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해외 여름휴가] 중국·동남아 줄고 유럽·일본 4년 새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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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모씨(36)는 이달 말 일본 오사카로 3박 4일 여름휴가를 떠난다.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헵 파이브’(Hep Five) 타워 대관람차를 타고, 오사카성을 비롯한 유적지를 돌아볼 계획이다. 정씨는 “최근의 엔저 현상으로 여행 비용이 저렴해져서 부담 없이 일본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일본과 유럽으로 떠나는 한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엔화, 유로화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여행하게 된 탓이다. 江南通新이 지난 4년간 국내 여행사인 모두투어·하나투어를 이용한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객 숫자를 분석했다. 여름 성수기(7월 20일~8월 15일)의 자유여행과 패키지 상품 이용객 수치를 집계했다. 여행사를 통했지만 개인이 각자 발권한 경우는 제외했다.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지난 4년간 2배 가까이로 늘었다. 2011년 2만2718명에서 지난해 5만4832명으로 증가했다. 원형진 모두투어 과장은 “엔화 하락, 저가 항공사 증가 등이 주 요인”이라며 “방사능 유출 사고(2011년)로 인한 기저효과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유럽을 찾은 여행객도 같은 기간 1만9730명에서 3만2844명으로 증가했다. 원형진 과장은 “‘꽃보다 할배’ 등 유럽 배낭여행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유가 하락으로 유류세가 줄어들었고 그만큼 유럽행 항공료가 저렴해진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럽 여행객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유로화 약세 때문이다. 원형진 과장은 “지난해 말 1400원대였던 유로화가 올해 초 1100원대에 접어들면서 유럽 현지 여행 비용이 저렴해져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원·유로화 환율은 1243원으로 살짝 올랐다.

 반면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찾는 여행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으로 떠난 여행객은 지난 2~3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동남아시아는 여행객 숫자가 지난 2011년 9만3752명에서 2년 만에 11만343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는 9만9029명으로 줄었다. 중국 여행객은 2011년 7만61명에서 이듬해 7만7540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6만2881명으로 1만 명 가량 감소했다. 송원선 하나투어 과장은 “중국 조류독감(2013년), 태국 쿠데타(2014년) 등 정치·환경적 요인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장가계, 대림 등은 산수절경(山水絶景)을 즐기기 적합하다. 주로 봄·가을에 여행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대체휴가제를 비롯해 한국의 휴가문화가 탄력적으로 바뀌면서 평일 하루(월·금)와 주말을 이용한 2박 3일짜리 여행이 늘어나면서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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