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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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후발 국가인 우리나라는 당면 문제의해결 처리에 급급했던 나머지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른 선진 국가들이 21세기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60∼70년대에 우리는 공장을 짓고 길을 내야했다.
구미 국가들이 2백년간에 이룩한 근대화를 단기간에 실현하려는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지 않는 민족에겐 내일의 번영을 기대할수 없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68년에 통산성이 민간 전문기관에 위촉하여『21세기의 국민생활』 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지난 해엔 다시 국토청이 『21세기의 전망』을 냈다.
미국을 비롯하여 구미 선진국과 이름있는 국제기구나 연구단체 그리고 개인 단위에서도 많은 연구보고서가 나왔고 연구발표 세미나등이 활발히 열려왔다.
보고서중 대표적인것만 들더라도 유럽문화재단 (ECF) 은 67∼75년의 9년간 10개국 2백명을 동원하여 77년에 『2000년의 유럽(Europe 2000)』을 발표했고,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는 3년간의 연구 끝에 78년 『미래와 미래사이(Interfutures-Facing the Future)』를 내놓았다.
그 밖에도 미국정부는 80년에『2000년의 세계(Global 2000)』를, 일본정부는 82년에 『2000년의 일본』을 각각 발표했다.
이같은 선진국들의 경향에 자극받아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나마 연구가 시작되어 이제 그 결과가 나오게 된것은 지극히 다행한 일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작년10월 창설1백주년 기념행사로『2010년의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세미나를 열고 그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구미래학회는 작년11월에 『고도과학기술시대의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고,금년 들어서는 한국개발연구원 (KDI)이 『2000년을 향한 국가장기발전구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중앙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21세기 중앙논문상」을 제정하고 21세기 특집을 시작한것도 미래를 향해 웅비하려는 우리민족의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 위한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중진국이기 때문에 미래의 연구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이미 선진국들이 지나간 흔적이 있고, 우리도 내용은 다소 다르나 비슷한 과정을 많이 거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의해 그 모습이 결정되고 전개될 것은 자명하다.
21세기는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이 복합된 「메커트로닉스산업」, 컴퓨터기술과 전자기술이 일체화된 「정보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등장하고 생명공학·자원-에너지 기술·우주-해양 개발기술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이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공업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기에 선진국대열에 참여해야할 국가적 당위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같은 기술의 개발 연구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않을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학자들에 의한 미래연구가 착수돼 왔으나 그활동이 활발했다고는 할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재정적인 곤란 때문이라 한다.
외국의 예를 보띤 정부나 재단의 출자와 학자들의 참여에 의해 연구와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정부와 유력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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