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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밀려 군부 "불명예 퇴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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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브라질이 l5일(한국시간 16일) 21년간에 걸친 군사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미간인출신의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64년 3월 당시 30억달러에 달하던 외채와 92%의 연간물가상승률 등의 「경제난 타개」와 「정의사회구현」의 기치를 내건 「브랑코」장군의 무혈 쿠데타 이후 「주아웅·피게이레도」 현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명의 군출신 대통령에 의해 통치되어 온 이 나라는 오늘날 당시의 30배가 넘는 외채와 2백23%에 달하는 연간물가상승률 등 최악의 경제파탄으로 군부가「불명예퇴각」을 하게됐다.
79년 「피게이레도」대통령의 민정회복 공약과 민주세력의 꾸준한 수권투쟁결과로 이루어진 이번 대통령선거는 상·하 양원의원 및 23개 주대표로 구성된 6백86명의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투표로 치러진다. 현재 야당인 민주운동당(PMBD)의 「탕크레도·네베스」후보(74) 와 집권 사회민주당(PDS)의「파울로·말루프」후보(53)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나 「집권당내의 양심적인 배반」으로 「네베스」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상태.
군사독재에 염증을 느낀 집권당의원 60여명이 대통령직선제를 요구하는 법안을 83년 의회에 상정했으나 좌절되자 「샤베스」부통령을 중심으로 「자유전선」이란 그룹을 결성, 지난해 8월 야당후보로 당선된 「네베스」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정치관측통들은 「네베스」후보가 최소한 4백20표 이상은 획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결과는 국민의 70%이상이 「네베스」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베스」후보는 미나스 게이라스주지사를 비롯, 상하원의원·수상·내상·법무상 등의 요직을 두루거친 거물로 조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중도노선의 정치인.
3월15일 출범하게 될 새민간정부는 군사독재가 남겨준 경제·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구 1억3천4백만의 브라질은 현재 1천억달러가 넘는 외채와 40%의 실업률, 그리고 2백%가 넘는 연평균물가상승률 등에 시달리고 있다.
70년대 초까지만해도 연평균경제성장률 11%를 기록, 「남미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브라질의 경제는 2차례의 오일쇼크와 주요수출상품인 코피·원당의 국제시세 하락으로 오늘날과 같은 어려운 국면을 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브라질의 장래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피게이레도」 대통령 스스로 위기관리능력의 부족을 솔직이 인정,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열어 놓았고 대통령직선제요구 좌절에도 불구하고 끝내 민정회복을 이룩한 브라질국민의 민주역량이 이번 선거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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