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할줄 아는 딸|조선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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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두돌을 한달 앞둔 딸아이가 한번도기저귀를 적시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물론 시간시간 가려준 탓이지만제가 소변을 보고는 『엄마,쉬야』하면서 변기를 들여다보며 박수를 친다.잘했다고 뽀뽀를 해주니까 빼놓았던기저귀를 얼른 들고는 채우란다.
기계적인 반복에 의해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기 보다 은연중에 얻기를 바라며 그보다는 생활습관을 더바르게 들려주고 싶다.다행스럽게도 식구들이 늘 놓는 자리에 물건을 두며 생활하는것을 보며 자란 탓인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는데도 병원에가서 소아과 대기실에 놓여진 장난감을 만지다가도 꼭 제자리에 두려는 마음이 귀엽다.
나는 내딸에게 남들이 하니까 나도·…라는 식의 예능지도나 지능지도를하는 최고 열성의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아이들이 자라는과정에서 보이는 변화는 제각기 다른데도 같은 또래를 둔 엄마들을 만나면『우리 애는 어떻다····』하며 주로 뛰어난 점을 많이 얘기하지만,그아이들과 비교해 볼때 우리 아이가더 뛰어난 특이점은 없다.
서로가 너무 가까이·보면 결점이보이지 않는다는데 자식도 항시 곁에 두고 있는 까닭에 유난히 내자식은 영리하고 재주있는 것으로 부모들 눈에 보이는게 아닐까.두뇌가 뛰어나고 재주가 많은 딸을 기대하기보다 나의 바탕은 어른을 모실줄 알고, 공대어를 쓰고, 티없는 어린이로키우는 것이다.
쪼르르 마루를 건너 할아버지방에가 『안녕히 주무세요』를 한 윤경이가내일아침에는 또『안녕히 주무셨어요?』를 할것이다.
비록 곁에서 자긴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도『안녕히 주무세요.내일 또 만나요』를 하며 분명치 않은 발음의 인사를 물론 잊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송파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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