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철수 “내가 아닌, 남들이 원하는 걸 찾아 창업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30일 오후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 의원은 “어떤 선택이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가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오종택 기자]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로 버티다가 7포세대(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꿈·희망·인간관계 포기)가 되고 만다면…. 20~30세대를 짓누르는 무거운 시나리오입니다.

 절망의 길을 끊는 길은 꿈이지요. 우리 청춘들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세상에 나아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일, 창업입니다. 카카오톡·애니팡·쿠팡도 처음부터 신화는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2030 청춘들이 창업의 길 대신 매년 수십만 명이 달려가는 대기업 공채 시험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렇게 열심히 산 우리 2030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질 수 있을까요.

 청춘리포트는 2030세대와 한국의 경제·산업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중앙일보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매달 진행 중인 신문콘서트의 6월 주제는 ‘경제·산업’입니다. 30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남녀 청춘 150명이 모여 도전과 미래를 얘기했습니다. 이 자리에 기업가 출신 안철수(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함께했습니다.

 

#안철수와 신문

신문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걸그룹 베리 굿이 데뷔곡 ‘러브레터’ 등을 열창했다.

 30일 오후 7시50분, 단추를 채운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안철수 의원이 무대에 올랐다. 2030 관객들이 박수로 그를 맞았다. 오뉴월을 뒤흔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신문콘서트를 찾은 청춘들이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의 사회로 토크가 시작됐다. “한결같다”는 정 팀장의 한마디에 안 의원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최근에 다시 읽어 봐도 제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 자랑했더니 ‘참 발전이 없다’고 핀잔을 주더라”며 웃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한 시간 반 동안 신문을 읽는다는 안 의원에게 신문은 ‘종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인이기도 했던 그는 “아이패드도 가지고 다니지만 한눈에 기사의 배치가 보이면서 감이 오는 종이 신문의 ‘레이아웃 정보’가 더 좋다”고 말했다.

#창업의 조건

 잘 알려져 있듯, 그는 의대생 시절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서적을 펴냈다가 컴퓨터 백신 연구소 기업을 창업했다. 창업을 결심할 때 판단 기준은 세 가지였다고 한다.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열정을 갖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1995년 안랩 창업 당시만 해도 벤처라는 말조차 없었다. 그는 “중소기업의 성공 확률은 생각하지도 않고 창업을 했다”며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할 용기가 났다”고 했다.

 그는 안랩의 ‘소셜(사회적) 벤처’ 정신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기업의 성장 못지않게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에 백신을 판매해 돈을 벌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계속 무료로 백신을 배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제 와서 보니 이게 소셜 벤처였다.”

#2015년의 창업

 그가 창업에 도전한 지 20년이 지난 요즘, 한국은 정부가 나서 ‘창업을 권하는 사회’가 됐다. 청년 창업에 대해 안 의원은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한 뒤 제대로 준비해서 하는 창업이라면 성공할 수 있다”며 “현재는 벤처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정책보다 창업자금을 대주는 정책이 많아 생존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1인 창업은 절대 하지 말라”며 “성격도 다르고 전문 분야도 다른 팀이되 회사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하고 점진적으로 실행계획을 짜라”고 했다. 또 “투자자를 설득시키지 못했다면 성공 확률이 낮은 창업”이라며 “빚을 내서 창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치에 대해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재미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판단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박수련·박유미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