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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송금 청와대·국정원·現代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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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對)북한 송금은 청와대.국가정보원.현대의 합작품인 것으로 결국 드러났다.

송두환 특검팀이 5일 서울지법에 제출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공소장을 통해서다.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은 지금까지 특검 수사에서 나타난 대출 및 송금 과정, 그리고 각 단계에 연루된 사람들의 혐의(일부는 덜 구체적)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전체 윤곽과 등장인물이 정리된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특검 수사는 이들에 대한 개별 혐의의 입증과 사법처리 부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임동원 전 국정원장.김보현 국정원 3차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측 인사들,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 등 은행 관계자들이 그들이다. 공소장에 적시된 공모자는 기소된 김윤규.최규백씨 두 명을 포함해 모두 16명.

북한에 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한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에는 朴전실장과 李전수석 등이 개입했다. 그해 6월 9일 정몽헌 회장 등의 지시를 받은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은 국정원 관계자들을 만나 2천2백40억원을 건넸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 돈을 외환은행을 통해 2억달러(2천2백35억원)로 환전한 뒤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개설된 북한 측 계좌 세개로 보냈다.

현대건설이 마련한 1억5천만달러는 현대건설 런던지사와 싱가포르 지점으로 송금된 뒤 북한 계좌 10개로 나누어 입금됐다.

특검팀은 현대 측이 ▶북한 통천지역의 경공업지구▶통천비행장 건립▶북한 내의 철도▶통신▶전력▶관광사업 등의 개발.운영권을 갖는다는 명목으로 북한에 보낸 돈이 모두 4억5천만달러라고 밝혔다. 현대 측이 그동안 "경협 대가는 5억달러"라고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5천만달러는 돈이 아닌 현물 등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송금 과정에서 현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재정경제부 장관에게도 신고를 하지 않는 등 남북교류협력법과 외국환거래법을 어겼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송금은 6월 9~12일에 이뤄졌다. 그 중 일부는 북한이 당초 6월 12~14일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6월 13~15일로 연기한다고 일방통보한 6월 10일 이후 전달됐다.

이날 두 사람을 기소하면서 특검팀 관계자는 "송금 관련자들에 대한 남북교류협력법과 외국환거래법의 공소시효(3년)가 곧 끝남에 따라 일단 두 명을 기소해 공범들에 대한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공범이 있는 범죄의 경우 한명만 기소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정지되므로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특검팀이 '공모자'라고 밝힌 나머지 14명의 사법처리 외에 최대 관심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문제다. 金전대통령은 지난 2월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소위 '통치행위론'을 폈다.

강주안.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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