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대형아파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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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청약시장에서나 기존아파트 시장에서 대형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형평형으로만 이뤄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단지.

포스코건설이 최근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에서 21~63평형 595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한 결과 21, 23, 26, 33평형 4개 평형에는 3순위 접수자가 455명이었으나 48, 56, 63평형 3개 평형에는 813명이나 몰렸다. 우남종합건설이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 분양한 25~70평형 가운데 70평형이 이례적으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서울 강남권이나 수도권의 대형 평형 선호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이처럼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40평형대 이상 큰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 청약시장뿐 아니라 기존아파트에도 대형 평형 수요가 부쩍 늘었다. 아파트 시장에 대형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업체도 40평형 이상을 많이 짓는다. 시장 주도 평형이 30평형대에서 40~50평형대 이상으로 바뀌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소득수준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대형아파트가 시세차익을 많이 챙기는 현실이 대형에 집착하는 이유"라며 "대형 강세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 대형 인기 급상승=현대건설이 지난 7일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에서 분양한 홈타운 493가구는 33~54평형으로 이뤄졌다. 3순위 청약 결과 33평형은 60가구 중 3가구가 미달했지만 54평형은 15대 1이나 됐다. 50평형 이상에 수요가 더 많이 몰렸다. 정흥민 분양소장은 "지방주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 대형 수요가 확 늘었다"며 "서울의 절반도 안 되는 분양가가 수요를 창출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최근 전북 전주시 효자동 포스코 더샾 아파트의 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받은 결과 45~100평형 269가구의 대부분이 주인을 찾아 회사 측을 놀라게 했다. 한국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중소도시의 경우 10여 년 전 공급된 아파트들이 대부분 중소형이었다"며 "갈아타기 수요가 높아진 소득수준을 바탕으로 40평형대 이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체들은 대형 아파트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말 울산시 북구 천곡동에서 1012가구를 공급하면서 90평형도 놓기로 했다. 두산산업개발도 대구시 범어동에서 지을 주상복합아파트 1557가구를 49~90평형으로 내놓는다.

◆기존아파트.분양권 값도 대형이 선도=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14일 현재 서울의 50평형대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보다 평균 5.5% 올랐지만 20, 30평형대는 각각 2.2%와 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도권도 50평형대는 같은 기간 3.4% 올라 20평형대(0.8%), 30평형대(0.9%) 상승률의 3~4배다. 텐커뮤니티 김경미 팀장은 "올 들어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60%) 조치로 여러 채를 가지기보다는 대형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LG자이 59평형은 7억원으로 올 들어 30%가량 올랐지만 같은 단지 33평형은 3억5000만원으로 20% 상승했다. 정숙공인 관계자는 "판교 신도시에 대형 아파트값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인근지역의 큰 평형 아파트를 많이 산다"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지구 부동산랜드 이건우 사장도 "2~3년 전만 해도 30평형대가 아파트값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40평형 이상이 먼저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마두동 강촌마을 우방 48평형은 4억6500만원으로 올 들어 5000만원(10%) 올랐지만 32평형은 2000만원(6%) 오른 3억2000만원 선이다. 마두동 코아셋탑공인 관계자는 "40평형 이상의 대형 수요가 예년보다 20%가량 늘어난 것 같다. 매물이 모자란다"고 전했다.

대형 강세 현상은 분양권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남양주시 호평지구 대주 53평형은 로열층 기준으로 웃돈이 1억5000만원으로 입주를 시작한 1월보다 5000만원 올랐다. 반면 35평형은 2000만원 상승에 머물렀다. 목인공인 관계자는 "호평지구 대형 비중이 낮아 희소가치 때문에 값이 많이 오른다"고 전했다.

황성근.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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