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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취중토크③] “다시 한 번, 강호동과 예능하고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나영석. 이제 그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스타 PD'라는 수식어에 그를 담기엔 이젠 그 그릇이 부족하다.

예능 PD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현역 PD로 있는 동안 대표작이 하나만 있어도 다행이다. 두 작품이 잘 되면 대박이고, 세 작품 이상 히트작을 내면 하늘이 도운 것이다."

'천운'이 함께하는 듯한 나영석 PD의 성공 스토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첫 대표작은 KBS 2TV '1박2일'. 강호동이 최고 전성기를 누릴 때 그가 함께 했다. 이어 KBS 2TV '인간의 조건'을 파일럿 예능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뒤 화려하게 CJ E&M으로 소속을 옮겼다. 이후 내놓은 tvN '꽃보다' 시리즈와 tvN '삼시세끼'로 초대박을 쳤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꽃보다 청춘'이 줄줄이 성공했고, '삼시세끼-어촌 편'으로는 역대 tvN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에 나온 장소나 의상, 먹을거리 등은 '히트 상품'이 됐다. 시청률과 화제성만 대단한 건 아니다. 자극적인 예능이 넘쳐나는 가운데 그가 선보인 '무공해 힐링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결과 지난달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PD로서는 최초로 TV부문 대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흘이 지난 뒤 취중토크 자리에 앉은 나영석 PD는 "앞으로 살면서 백상 보다 더 큰 상은 못 받을 것 같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가 앞으로 그려낼 그림이 더 클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왔다. 나 PD는 "내 나이가 딱 마흔 살이다. 보통, 예능쪽은 마흔을 넘기면 데스크에 앉게 된다. 하지만 난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싶다. 어떤 프로그램을 했던 과거형 PD가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PD가 되고 싶다"며 맥주를 시원하게 비워냈다.

-하는 예능마다 잘되서 다음 예능을 준비할 때 부담감이 클 것 같아요.

"압박감이 있죠. 예능은 사이클이 짧아진 것 같아요. '꽃보다' 시리즈도 굉장히 짧은 사이클인데 그것 보다 더 짧아진 것 같아요. 작년 가을에 시작해 '삼시세끼'를 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다음 프로그램을 내야될지도 모르는 압박감을 받고 있죠. 그런데 아직 구상하고 있는 건 없어요."

-몇 작품을 더 하게 될까요.

"원래 예능PD는 마흔살이 넘어가면 거의 데스크에 앉게 돼요. 현장에서 뛰지 않죠. 제가 지금 딱 마흔 살이거든요. 뒤로 빠져야할 시기인데 전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예능을 만들고 싶어요. 가능하면 길게요. 뒤처지지 않고 싶어요. 이 만큼 했으니깐 이제 쉴 때 됐지라고 마음을 놓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개그맨들이 (이)경규 형을 바라보고 꿈을 키운다고 하잖아요. 전 그런 점에서 (MBC 출신) 김영희 PD님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MBC를 나와 중국에서 새로운 (예능 제작)걸 하고 있잖아요.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정도 나이가 됐을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효용가치가 있는 PD가 되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언제 쯤 만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올 가을부터 1년 정도는 프로그램에서 함께한 후배 PD들을 출격시킬 계획이에요. 어떤 분들은 저희 팀을 보고 나영석 사단이라고도 하고 영석이네 팀이라고도 부르는데 거기에 속해있는 후배 PD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순차적으로 출격시킬 예정이고, 후배들을 통해 더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자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삼시세끼-정선 편'이 끝난 뒤엔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인가요.

"'꽃보다 할배'는 이번에 다녀왔으니 '꽃보다 누나'나 '꽃보다 청춘'이 되겠죠? 아직 뭘 해야겠다는 건 정하지 않았어요. 멤버는 바뀔 수도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지난 번에 '꽃보다 누나'에서 다양한 연령대 여배우들을 모았다면 이번엔 비슷한 연령대를 모아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예능 PD로 일하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은 누군가요.

"이명한 형(CJ E&M 국장)이랑 이우정 작가죠. 이명한 형은 내 인생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에요. 우정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제가 한 모든 프로젝트와 그에 따른 성과는 우정이가 있었기 덕분에 가능했어요. 두 사람은 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맙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거예요. 그만큼 감사하고 가족같은 존재죠."

-예전 '1박2일' 멤버들과 함께 다시 새로운 예능을 하길 기대하는 분들도 많아요. 특히 강호동 씨와 다시 예능을 하면 어떨까에 대한 의견과 기대가 많죠.

"호동이 형은 평소 자주 만나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글쎄요. 일단 제가 지금하는 프로그램에 들어올 구석은 없는 것 같고요. 그걸 형도 잘 알고 있고요. 형도 저도 급하게 뭘 하자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자주 보기 때문에 그때 마다 항상 언젠가 한 번쯤 다시 하자는 말을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죠. 호동이 형과 딱 어울릴 예능을 기획하게 되면 그땐 제가 적극적으로 꼬실거예요. 급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승기도 자주 보는데요. 군대 가기 전에 거창하진 않더라도 같이 재밌는 거 해보자는 말을 종종 해요."

-요즘 '스타PD'를 넘어 준 연예인처럼 인기인데 생활하는데에서 불편함도 있나요.

"얼굴일 알려져서 불편한 건 있어요. 그것 때문에 제가 좀 오바할 때도 있었죠. 누가 알아보거나 흘끔흘끔 쳐다보면 괜히 의식하곤 했죠. 그런데 요즘은 좀 익숙해졌어요. 종종 지나가다가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하는 분을 만나면 딸이 한 마디 해요. '또 잘난 체 하네'라고요. 회사 근처에선 말을 거는 분이 없는데 홍대나 강남에 가면 가끔 반갑게 인사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웃음)"

-인간 나영석과 PD 나영석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인간 나영석으로는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모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전엔 선배들과 잘 지냈는데 요즘엔 후배들이 좋더라고요. 후배들이 저를 보고 '저 사람이 최선을 다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PD로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고 싶어요. CJ와서 프로그램이 잘 안 됐다면 저를 보고 사람들은 '옛날에 1박2일 했던 PD'라고 했겠죠. 전 옛날에 어떤 프로그램을 했던 과거형 PD가 아닌 현재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PD가 되고 싶어요."

-올해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짜고 있는데 머리가 복잡하네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제외한 또 다른 한 카테고리의 예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빠르면 올 연말에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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