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의 불만 제기… '주연, 그 책임감에 대하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KBS 2TV '복면검사'에 출연 중인 김선아의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드라마의 촬영 지연에 대해 자신이 먼저 SNS를 향해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주연배우인 김선아의 지각으로 드라마가 지연된 게 한 두번이 아니라는 스태프와 주변 배우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논란은 뜨겁다. 김선아의 지적대로 쪽대본에 생방송 촬영에 몰린 한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인 지, 아니면 주연배우의 무책임한 행동에 저임금에 시달리는 스태프와 단연배우들이 고통받는 상황인 지 논란의 속사정을 들여다 봤다.

▶수천만원 출연료 책임감은

김선아는 지난 27일 SNS에 '다른 촬영에 밀린 '복면검사' 팀! 한 두 번이여야 화가 나지. 이젠 헛웃음만. 아침부터 다들 똥개훈련 제대로 하네. 검도하다 다친 곳이나 치료하러 가야겠어. 웃으며 촬영하기에도 이젠 지쳐. 자꾸 이러면'이라고 했다. 글과 함께 촬영장에서 찍은 듯한 사진까지 남겼다.

하지만 확인결과, 김선아는 이 시각 촬영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사진도 본인이 직접 찍은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찍어 김선아에게 보내준 것이다. 이후에 잘못된 걸 알고 삭제했다.

또 이 글을 올리기 전에도 이미 김선아는 촬영 스케줄에 지각을 했다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향했던 것으로 스태프들은 증언했다. 어깨 탈골 통증으로 인한 치료가 목적이었다. 과거 영화 촬영 중 다친 것이 문제가 돼 수시로 통증을 호소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통증을 호소하니 병원에 가라고 한 것은 맞다"면서 "우리 드라마에서는 김선아가 액션신의 80% 이상은 대역으로 찍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주연배우 김선아의 지각이 더 있었다고 증언했다. 불과 2주 전에도 5시간을 늦어 모두를 밤샘 촬영하게 만들었다. 한 현장 관계자는 "김선아 촬영슛이 오전 9시에 들어가는데 현장에 오후 2시가 다 돼야 나타났다. 당연히 5시간 이상 딜레이됐으니 그날은 밤샘 촬영이었다. 이런 식의 지각이 여러 차례"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선아가 드라마 지연에 불만을 드러낸 글을 올리자 현장 스태프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또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 시스템이 열악한 것은 알고 있다. 분명 주연배우라 힘들고 지쳤을 거란점은 이해하지만 SNS에 공개적으로 그런 글을 남기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라며 "드라마를 대표하는 주연배우가 나서서 할 행동은 아니었다.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책임감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수라장된 촬영 현장

논란이 불거진 후 김선아는 28일 오전 드라마 촬영장에 조용히 복귀했다. 다른 때보다 일찍 준비하고 정확히 슛이 들어가는 시간에 움직였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 촬영에만 집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복면검사'팀의 불협화음에 대해서 드라마 관계자들은 "각 요소들이 모두 초반부터 꼬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주연배우 김선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복면검사'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 관계자는 "KBS의 편성문제도 있다. 편성일자를 너무 촉박하게 내 줘 초반 대본이 빨리 나왔음에도 촬영 일정이 꼬였다"면서 "또다른 주연급 중견 남성배우 역시 촬영일정을 미뤄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촬영일정이 꼬이다보니 주연인 김선아가 무리한 스케줄에 몰릴 수밖에 없던 사정도 있다. '복면검사'는 내달 1일 13회, 2일 14회를 송출한다. 14회 대본이 지난주 나와 이번주 방송 분량을 아직도 힘들게 찍고 있다. 국내 드라마 시스템상 생방송 일정이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너무 했다는 불만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김선아의 경우에도 오전 6시까지 촬영을 한 후 4시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서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잠깐 눈을 붙일 겨를도 없이 분량을 소화하는 것이다. 지각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돌아갔다.

또 다른 스태프는 "물론 주연배우 김선아가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태프들이 밤을 새워가며 방송일정에 맞추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불만을 제기해도 될텐데 굳이 방송이 남은 상황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다. 스태프들의 노력도 좀 알아줬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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