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 주식 앞당겨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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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워커힐호텔 주식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이 담보로 맡긴 주식 중 팔 수 있는 것은 조기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주유소 판매망도 SK㈜ 외에 제3자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金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히며 "출자전환(채권을 자본으로 바꿔주는 것)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완전 감자(減資)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의 출자전환에 우려를 표명한 소버린에 대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기대해 들어온 투기적인 투자를 한 것이므로 채권단이 이를 상대할 이유가 없다"며 "SK㈜는 근본적으로 SK글로벌의 대주주이자 거래처로서 상업적 판단에 따라 출자전환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행장은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해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맺은 양해각서에 대해 본인이 서명한 것을 인정하면서 "SK측과의 합의가 채권단의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며, SK㈜의 출자전환안이 합의대로 SK㈜ 이사회를 통과할지는 그쪽 사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합의안이 채권단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현재 전체 채권단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앞으로 국내외 채권단을 동등하게 대우할 계획이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워크아웃 대상이 되지 않는 비협약 채권 6천억원에 대해서는 별도 협상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상화계획을 수용하지 않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3개월 내에 청산가치(청산할 때 남은 자산을 매각해 상환받을 수 있는 금액)만을 받고 나머지 빚을 털어낸 뒤 채권단에서 빠지게 되는 캐시 바이아웃(채권매수청구권)을 제안할 방침"이라며 "이 경우 청산가치는 3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 국내 채권단이 부채의 40% 선에서 출자전환해 전체 자본잠식 규모 4조3천억원 중 2조8천억원을 메우고 나머지 1조5천억원은 해외채권단 등의 캐시바이아웃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이날 "SK㈜가 SK글로벌에 출자전환하는 것은 철저히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종 SK 그룹전무는 기자간담회에서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SK㈜의 손실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SK㈜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출자전환해 SK글로벌을 살리는 것이 SK㈜에도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 노조는 "SK㈜ 이사회가 SK글로벌에 대한 부당지원을 의결할 경우 소액주주들과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홍병기.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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