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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남성고객 잡아라…백화점은 옷 사면서 면도 하는 '패션 바버샵', 마트는

중앙일보

입력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 패션 매장 한복판에 영국식 거품 면도에 숙취해소 마사지까지 가능한 고급 이발소가 생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클럽 모나코'의 132㎡(40평) 규모 남성복 매장 안에 '클래식 바버샵(barbershop)'을 표방하는 서울 한남동의 '헤아(HERR)' 2호점이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는 것이다. 이발소는 별도 공간으로 분리돼있지만 투명한 유리벽으로 돼있기 때문에 옷을 사는 남성들이 숍 안에서 면도하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이발을 하면서도 매장 안의 옷을 구경할 수 있는 형태다. 롯데백화점은 "패션 매장과 바버샵을 하나로 합친 '패션 바버샵'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며 "곧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세계 첫 실험 매장을 연 것은 불황에도 지갑을 닫지 않는 남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5년간 롯데백화점 남성 고객 수는 해마다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 성장율이 1.5%로 제자리걸음 할 때도 남성 고객 수는 11.9% 늘었다. 매출 비중도 30%에 육박한다. 롯데백화점이 그동안 남성 화장품 편집 매장, 남성 액세서리 편집 매장, 카메라 전문숍 등 남성 고객을 겨냥한 전문 매장을 잇따라 연 까닭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패션층 박병기 팀장은 "그동안 남성용 상품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남성이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로 차별화해야 한다"며 "남성 고객이 좀더 백화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도록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식 면도 3만원, 두피 마사지 8만원 등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남성 고객은 '놀이' '문화생활'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패션 업계에서도 남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클래식 이발소'를 도입하고 있다. 루이까또즈가 운영하는 서울 가로수길의 남성 편집샵 ‘루이스클럽’은 매장 바로 위층에 클래식 바버샵 '밤므'를 이달 10일 열었다. 김만열 루이스클럽 총괄이사는 "패션부터 헤어스타일까지 한꺼번에 남성이 누릴 수 있는 색다른 문화"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도 남성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25일 국내 최초로 향기에 초점을 맞춘 남성전용 기초 화장품을 자체상표 제품으로 내놓았다. 9900~1만4900원의 제품 4종으로 구성한 '솔루시안 젠틀맨'은 세계적인 조향 전문가인 크리스티앙 프로벤자노가 참여해 상쾌하고 부드러운 향이 특징이다. 알콜 대신 청주 추출물을 쓰고, 특수 기능성 성분을 넣는 등 여성용 화장품 못지 않게 공을 들였다. 이마트가 화장품 회사 엔프라니와 손잡고 '남성용 향기 화장품'을 개발한 것은 남성 고객이 '화장품 큰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남성화장품 판매는 지난해 29.8% 증가했고, 올해는 53.9%로 급등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남성은 화장품을 대형마트(33.5%)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길 이마트 생활용품팀 바이어는 "남성의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형마트 주고객층인 30~50대 남성까지 화장품 구매층이 넓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스타일의 남성 전용 기초화장품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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