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견공의 우정…눈 먼 개와 그의 눈이 된 친구 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이가 들었다. 눈이 멀었다. 그리고 버려졌다. 낯선 바다 내음에 섞인 익숙한 냄새. 다행이다. ‘버즈’가 옆에 있어서.

3주 전 영국 더럼의 바다 터널 인근에서 발견된 하얀색 잭 러셀 테러어 종(種) ‘글렌’이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글렌’의 눈은 완전히 먼 상태. 하얗고 작은 글렌 옆에는 사나운 얼굴을 가진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종 ‘버즈’가 옆에 있었다.

영국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2마리 견공(犬公) 이야기가 화제다. 미국 CBS뉴스는 24일(현지시간) ‘눈 먼 개와 그의 눈이 되어준 친구’라는 제목으로 두마리의 영국 개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9살~10살된 두 개는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나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두 강아지는 그들의 나이 때문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목줄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 누군가가 길렀지만 나이들고 앞을 못 보는 ‘글렌’을 끝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글렌의 곁에는 든든한 '버즈'가 있었다. 유기된 상황에서도 버즈는 글렌을 돌보며 버티고 있었다.

이들을 구해 보호 중인 더럼 지역 콕소 유기견 보호센터에 따르면 글렌과 버즈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진료를 위해 글렌과 버즈를 떼어놓을 때도 몇 분간을 참지 못하고 애타게 짖으며 서로를 찾는 등 불안해 했다. 보호 센터의 수 비엘비는 BBC와 인터뷰에서 “센터에서 일하는 모두가 그들을 보며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며 “외양적으로 아름다운 개는 아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마음은 그런 점을 모두 보충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보호센터에서도 버즈는 글렌 옆에서 눈이 되어 모든 일을 도와주고 있다.

보호센터는 두 견공를 모두 입양할 수 있는 주인을 찾고 있다. 다행히도 영국 텔레그래프는 24일(현지시간)까지 이미 20건이 넘는 입양전화가 왔다고 보도했다. 콕소 보호센터 관계자는 “어떤 강아지들은 몇 달이 지나도 입양할 사람을 찾기 힘든데, 다행히 버즈와 글렌은 특이한 그들의 관계 때문인지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들을 입양하는 사람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사진=STRAY AID 페이스북,스트레이 에이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