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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합리화 정책」어떻게 펼쳐질까|버릴 기업 버리고 지원은 과감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부실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더 방치할수 없는 입장에까지 와있다.
손을 쓰기에는 이미 타이밍를 놓쳐버린 해외건설및 해운·합판등을 비롯해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섬유·신발·조선등.
정부도 뒤늦겠나마 정부방안을 마련해 내년중에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다.
어떤식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든 결론은 뻔하다. 일은 이미 저질러졌고 그 수습에 따른 부담은 세금을 더 거두든 돈을 더 찍어내든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엉거주춤한채 망설여온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부실기업문제는 더이상 명분을 따질 처지가 못될만큼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런식으로 부실기업 뒷바라지를 무한정 해나가다가는 당장 은행들이 낭패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근의 정부복안은 내년에 들어가서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안에서 부도낼 기업은 부도를 내는한편 구제방법도 보다 적극화시키겠다는것이다.
요컨대 도저히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부도처리를 하고 그럴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기존부채의 출자전환과 상환유예, 또는 세금감면등의 지원책을 강구하기위해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라도 만들겠다는것이다.
관계당국이 집계한 해외건설과 해운업이 지고있는 부실채무만 쳐도 약5조원 규모. D조선의 경우 하루치 지급이자가 2억원이 넘는다. 합섬을 중심으로 섬유업계 전반이 구조적인 불황에 빠져들고 있고 신발메이커들은 적자를 거듭하고있다.
이런 형편에서 습관적으로 강조해온 금융자율화는 갈수록 관치·경직화쪽으로 역진현상을 계속하고있다.
산업정책의 혼란과 부재에서 생겨온 모순들이 모두 은행의 적폐로 쌓여와 이제「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는 금융기관 본연의 기능까지 마비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잘못이야 어디있든간에 지금이라도다시한번 교통정리를하고 불황산업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가 워낙 깊고 넓게 번져있는 만큼 어디를 도려내야 할지, 어느 살을 떼어 붙여야할지 쉬운일이 아니다.
더우기 최근의 대기업집중 규제문제까지 겹치면서 일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공정거래실을 중심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재벌의 팽창을 막기 위해 관계법을 새로 만들어 내년부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야기의 초점은△대기업의 지나친 팽창 (경제력집중현상) 을 막자는것과△부실기업 정비방안으로 모아지고있다. 하나는 공정거래차원에서 대기업비대를 견제해 경쟁을 촉진시켜나가자는 것인데 반해 다른 하나는 산업정책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수술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서로 상충되고있는점이 문제다. 공정거래실쪽은 제2의 중화학조정과 다를게 뭐있느냐며 정부스스로가 불공정거래행위를 또다시 저지르는것임을 지적하는가하면 재무부와 상공부측은「발등의 불」인 부실기업문제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부실 해외건설회사들을 몇몇 대형건설회사에 떠맡긴 경우만 해도 공정거래실은『정부가 그러면서 어떻게 기업에 원리원칙을 촉구할수 있느냐』며 목청을 높이는데 반해 재무부는『실정 모르는 소리말라』며 일축해버렸다.
양쪽다 충분한 이유가 있는만큼 어떻게 조화시켜나가느냐가 주목거리다.
명분상으로는 대기업집중규제가 앞서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래도 부실기업들의 골칫거리해결이 더 급하다.
어떤칼을 빼든 내년중에는 꼭 빼야한다는 것이 관계당국자들의 공통된 의중이다. 남아있는 문제는 오직국민부담이 어떤형태로 나타나느냐하는것 뿐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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