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1조원의 에너지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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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5회 기술진흥심의회에서 확정된 에너지절약기술개발3개년계획은 국내 에너지정책이 진일보하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있음을 짐작케한다. 우리가 이계획의 의미를 높이 평가코자 하는것은 계획의 목표치설정이나 그에 이르는 수단의 합리성에 기인하기 보다는 에너지정책의 기본방향 설정에서 정부가 새로운 자세를 보인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정책은 크게 보아 1차 석유파동까지의 무절제기, 70년대 후반까지의 시행착오기, 2차파동 이후 80년대 초반의 각성기를 거치면서 에너지문제의 실체에 점차 접근해온셈이다. 그러나 에너지문제의 핵심이 단순한 절약운동의 차원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고, 그것은 결국 산업구조의 장기적 개편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절약적·대증적 요법은 언제나 한계를 지닐수 밖에 없었다.
국내 소비에너지의 70%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 쓰는 형편 때문에 바깥사정에 따라 언제나 일희일비를 거듭해왔고 절약운동도 조변석개해온것이 그동안의 실상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에너지 생산구조로 보아 우리가 에너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지기를 기대하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울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해외의존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에너지 소비구조의 근본적 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된다.
다만 이같은 산업구조 개선은 단순한 에너지 절약 기준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효율화라는 더욱 중요한 측면을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산업설비와 구조를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기준으로 개편해 나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기술혁신이 도입되지 않을수 없으며 기술개발과 에너지 절감이 결부될 때 비로소 바람직한 산업의 효율화를 기대할수 있다.
이번 계획이 단순한 절약계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 계획으로 발전한것은 따라서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수 있다.
이계획은 내년부터 3년간 2백20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국책사업으로 에너지절약 기술을 개발, 연간 에너지소비의 20%에 달하는 1조원을 절약한다는 의욕적인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선진국에서 실용화되어 있는 절약기술의 도입과 국산화 외에도 장기적으로 에너지절약형, 고효율형산업으로의 재편성과 시스템의 개발까지 포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에너지관장부서만의 관심사가 아닌 범정부적 국책사업이 돼야하고 장기 경제계획에서도 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할 성질의 사업들이다.
이번 계획이 구상하고 있는 구체적 목표치들, 예컨대 1조원 절감을 위해 보일러 대체로 30%, 난방에너지 절약으로 30%, 폐열이용으로 14%등을 절약한다는 목표들은 모두가 개별적 타당성을 주장할수 있을것이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것을 기술과 자금이 어느 정도 뒷받침할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해도 산업계에 파급될수 있는 유인과 자금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상계획으로 끝날 우려도 없지 않음을 유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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