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고교졸업생 절반 재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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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서초구 일반고를 졸업한 이들의 절반 정도가 대입 재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설입시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 공시 내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강남구에 있는 일반고 17곳 중 절반 정도인 8곳의 대학진학률이 50% 미만이었다. 지난해 2월 고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경기고가 39.5%로 가장 낮았다. 영동고 44.1%, 개포고 45.5%, 단대부고ㆍ현대고 각 45.9%, 압구정고 46.5%, 휘문고 47.1%, 중동고 48.1% 등이었다.

서울 서초구에선 지난해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절반을 넘지 못한 일반고가 10곳 중 4곳이었다. 반포고 42.5%, 상문고 46.8%, 서울고 49.5%, 서초고 49.8% 등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강남ㆍ서초구의 일반고는 전문대 진학률이 서울 평균(19.8%)보다 훨씬 낮고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진학을 선호한다”며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이 정시모집보다 높아진 2007년부터 재수생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2015학년도 대입에선 수시 비중이 64.2%를 차지했다. 오 이사는 “서울 강남권 일반고 학생들은 정시모집 비율이 높던 시절엔 수능 성적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엔 수시에서 학생부 수상 실적 등 비교과 활동에 강세를 보이는 과학고나 전국 선발 자사고에 밀리고, 정시에선 수능에 매달린 재수생에 뒤져 고3 때 목표 대학에 합격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이외 지역을 보면 대구에선 수성구의 대학진학률이 77.7%로 가장 낮았다. 경기도는 과천시(66.1%), 성남시(70.9%), 고양시(71.9%), 김포시(70.8%) 등 신도시와 서울 인접 지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산은 연제구(74.9%)와 해운대구(76.5%), 대전은 유성구(77.8%) 등이 지역 평균 대학진학률에 미치지 못했다. 오 이사는 “지방에서도 ‘교육 특구’에 있는 일반고와 특목고 등에서 재수생이 많이 나온다. 지역 특성상 가정 형편이 괜찮은데다 상위권대 진학 열기가 서울 강남권처럼 뜨거워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기보다 재수를 택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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