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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책 어긴 선수촌 아파트|이석구 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람은 한결 같아야 한다고한다. 그래야 주위에서 믿고 따르게된다. 나라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한번옳다고 정한 원칙은 일관성있게 지켜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부동산투기억제정책을 최우선과제중의 하나로 다뤄왔다. 이 원칙에 따라강도 높은 토지·주택및 조세정책을 펴왔다. 불편과 불만이 많지만 원칙에 공감하기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믿고 따라왔다.
그러나 최근 분양된 잠실아시안게임 선수촌아파트는 이같은 정부의 기본원칙을 스스로 어긴것 같다. 한쪽에서는 토지거래신고제등 투기억제정책을 펴려는데 한쪽에서는 투기를 조장한 느낌마저 든다.
아시안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투기억제책으로 마련된 주택공급규칙에 따라 분양을 않고 자기네가 정한 방법에 따라 최대한 사업자금을 모을수 있는 방법으로 분양을 했다. 건설부가주택공급규칙을 개정, 올림픽사업자금의 길을 터준 때문이다.
채권입찰제로 분양하면 주택공급규칙에 따라 돈을 올림픽사업에 쓸수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나라살림형편에 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를 치르자니 그렇게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간다.
그러나 투기억제라는 기본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너무 돈을 거둬들이려고 한데에 문제가 있는 것같다.
조직위원회는 첫째 신청자격을 일반아파트와 달리 3백만원이상 청약예금가입자로 확대, 과열경쟁을 유도했다. 그나마 신청자격이 제한된것도투기를 우려한 관계부처의 반대로 조직위가 한발 물러선것이란다. 둘째로 한술 더떠 돈을많이내는 사람이 소위로열층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을수있도록해 더많은 기부금을 써넣도록 유도했다.
세째, 선수촌아파트당첨자들은 5∼10년내 재당첨금지조항도 적용안돼 이아파트분양을 받고 바로 다른 아파트분양도 받을수 있다. 주택공급규칙이 적용안되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는 이처럼 분양제도를 고친뒤 국제현상공모로 설계된 최고급아파트를 짓겠다고요란하게 선전, 손님끌기에 나선 것이다.
오밀조밀하고 답답한 기존 아파트와 달리 널찍한 녹지공간과 생활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대형고급아파트를 눈앞에 놓고 여유있는 사람들이사자고 덤벼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판이다.
당국의 기대대로 모델하우스는 하루에 1만여명씩 자가용을 타고 온사람들로 붐볐고 투기를 부채질해 한몫 보려는 복덕방업자들의 난장터로변했다.
이처럼 과열경쟁기미가 보이는데도 투기억제당국들은 강건너 불보듯 구경만 했다. 그 흔한 단속엄포 한마디도 없었다. 그결과 경쟁률은 평균 4·4대1이나 됐고 기부금액수를 1억3천만원이나 써넣는 사람도 나타났다.
평당가격이 분양가를 포함해 3백30여만원이 넘는 셈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38평형1군도 4천만원은 써넣어야 당첨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당국은『강제적인것도 아니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내는 돈을 모아올림픽에 쓰려는 것인데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부동산값은 덩달아 오르는법이어서 이번 난장판이 다른 아파트값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투기억제라는 기본원칙이 흔들려 나라경제 전체가 뒤틀릴 염려가 있다.
정부가 정한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는데 누가믿고 따르겠는가.
올림픽기금조성도 좋지만 그에앞서 나라경제의 근본질서를 더 중요시해야 하지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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