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광주 민심…"민심 떠나게 한 '장본인'만 모른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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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는 22일 광주에서 당원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정을 이어갔다. 혁신위는 이날 오전부터 광주 광역의원단ㆍ지역 원로들과 만나는 일정을 잰걸음으로 소화했다. 특히 이날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ㆍ전남 100인 원탁회의’는 광주 민심을 직접 듣는다는 의미에서 21~23일에 걸친 전체 워크숍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원탁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곳곳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를 놓고 말하는 자리에서 정성홍(53)씨는 “주제가 황당하다. 혁신부터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먼 앞길을 내다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을 해체하겠다는 말까지 수용해야 할 마당에 주제가 너무 거창하다”고도 했다.

최근 당내 막말 논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광주 동구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는 김형균(58)씨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강력한 조치가 따라야 당의 기강이 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혁신위를 향해 “혁신안을 잘 만들 생각을 할 게 아니라, 혁신안을 잘 관철시키는 확실한 뒷처리가 중요하다”말하자 장내엔 박수가 쏟아졌다.

전·현직 당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광주 시의원을 지낸 조광향(61ㆍ여)씨는 “새정치연합이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은 광주의 민심이 떠났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만든 책임자는 모른척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새정치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이라고 하는데 당에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도 없다”고 비판했다.

86명이 참석한 이날 원탁회의는 7~8명이 11개조로 나뉘어 분임토의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자리를 옮겨다니며 토의에 참여했는데, 김 위원장이 앉는 자리마다 당원과 시민들의 쓴소리가 김 위원장을 향했다. “새정치연합의 활동가는 너무 노쇠하고 젊은 인재가 부족하다”거나 “기본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한 연합체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토의가 끝난 뒤 “혁신위는 혁신안을 반드시 집행하고 실천해서 새정치연합을 당원과 국민의 것으로 바꾸겠다”며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혁신위원도 “그동안 혁신위에서 고민하던 내용들을 정확하게 지적해주셨다”며 “원탁토론에서 제기된 문제의 해법을 중심으로 혁신위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탁회의에 앞서 혁신위는 광주 5ㆍ18민주묘지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광주의 정신, 혁신의 꽃으로 피우겠습니다’라고 썼다.

광주=정종문 기자ㆍ박효정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학과)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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