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정치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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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책에서 저자는 동양과서양에서 각각 중심적인 조류를 이루어온 정치사상들을 비교, 특징짓고 현재동·서양에 걸쳐 대부분의 나라들이 일반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정치·사회현실에 비추어 이들 사상들이 갖는 실제적인 의의를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을 통해 저자는 서양의 정치사상은 그 주된 조류에 있어서 개인주의 즉원자론적인 인간관을 근간으로한 사회와 자연에 대한 도구주의적 관점이 주된 특징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진단에 따르면 「경제적 취득에 대한 맹신」과 이와 연관되어 일어나는 개인들간의 무한정한 갈등상황및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자행되는 자연환경의 파괴는 바로 그러한 도구·수단적이며 착취적인 인간관·사회관·자연관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의정치사상에 대해서는 인간과자연, 개인과 개인들, 그리고 그들이 이룬 공동체사이에 「호혜적 연관성」 또는 「통합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된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들이「서로 협조하여 조화스러운 삶을 영위할수 있는 척도」를 바로 이러한 사상에서 찾을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정치사상」 이라 부르고 있다.
동·서양의 정치사상사이에 이상과 같이 분명하고도 심각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것은 동·서양에 걸친 광범위한 문헌의 검토를 통해 뒷받침이 되고 있다. 아마 이점만으로도 이책은 높이 평가되어야할 연구업적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대담한 일반화에는 항시 상당한 문제점들이 따르기 마련이며, 이점에서 이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본서에서 제시된 연구결과를 앞으로의 논의를 위한 기반으로 일단 받아들이고, 그러한 면에서 의의를 인정한다면 이 저서는 여러 학문분야의 추후연구활동에 생산적으로 기여하게 될 중요한 연구업적으로 평가된다. <정창수(성균관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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