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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서 음식 먹고 침대에 앉고…세균·바이러스 감염 위험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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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화분 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선물은 삼간다

병원은 바이러스나 병원균·박테리아 등에 노출되기 쉬운 장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직접 침투하거나 환자·보호자·의료진의 손이나 옷, 치료용품, 병원 침대, 의자, 소지품 등에 묻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대부분은 병원에서 감염됐다. 원인은 부실한 병원 내 감염 관리와 바이러스에 취약한 병실 간병 문화 때문이다.

메르스처럼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예방백신·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철저한 병원 감염 관리를 통해 바이러스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올바른 병원 방문 에티켓에 대해 알아봤다.

환자가 맞는 수액 속도를 임의로 조정하면 신체 부담이 높아지고, 세균이 수액 줄을 통해 직접 환자 몸에 침투할 수 있다

병실에서 피자·치킨 시켜먹고 우르르 병문안

환자식을 환자와 보호자가 나눠 먹으면 식기·음식을 통해 보호자에게 세균·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

병원 내에서도 응급실과 진료 대기실은 감염 관리 취약 지대다. 개방된 구조인 응급실과 진료 대기실에는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모르는 환자와 뒤섞여 진료를 기다린다. 대기 시간이 길수록 병원 감염 가능성은 크다. 게다가 병원을 찾는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질환자나 고령층이다. 병을 고치러 갔다가 오히려 다른 병을 얻어오는 사례도 있다.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이진수 교수는 “병원 감염 관리는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의료진뿐 아니라 방문객도 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실에서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의 간병 문화가 환자와 보호자의 숙식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환자 침대 옆에 놓인 보조침대에서 잠을 자고, 같은 화장실·세면대를 공동으로 사용한다.

감염병은 배설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보호자·방문객은 병실 화장실이 아닌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중소병원급 병실에선 피자·치킨을 주문하거나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집에서 싸온 반찬을 공동 냉장고에 보관해 오랫동안 먹기도 한다. 사실상 병실 전체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친척이나 친구·직장 동료의 병문안으로 병실은 항상 복잡하다.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 다양하다. 요즘처럼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장염·이질·볼거리·홍역 등 다양한 감염병이 퍼질 수 있다. 특히 항생제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균(수퍼박테리아)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의료기관 내 감염은 사람이 많을수록 확산이 빠르다. 실제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면 병원 내 감염 위험도는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안형식 교수팀이 보호자 상주 여부에 따른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조사한 결과 보호자·간병인이 상주하는 일반 병동의 감염률(환자 1000명당 하루 6.9명)은 간병인이 없는 포괄간호병동(1000명당 하루 2.1명)의 2.87배나 됐다. 환자를 보살피는 간병 문화가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독(毒)이 된 셈이다.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유진홍(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회장은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바이러스가 병실 전체로 퍼질 수 있다”며 “다인실은 1, 2인실보다 세심한 감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혈관카데터·가래흡입용 삽입관·인공호흡기 등을 달고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한다. 삽입할 당시에는 무균 상태라도 장기간 유지하면 세균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유 교수는 “삽입·연결 부위가 오래되면 감염될 확률이 서서히 증가한다”며 “증식한 세균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끈적끈적한 바이오 필름을 형성해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관리를 철저히 하고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병 60%는 예방

병실 출입 전후에는 손에 묻어 있는 세균을 제거하는 손 소독제로 손을 씻는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호흡기로 직접 침투하기보다 일차적으로 손을 오염시킨 후 호흡기로 들어온다. 따라서 진료실이나 병실을 방문하기 전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는다.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생활하는 병실 침대·이불 등을 만지거나 소지품을 놓으면 세균·바이러스가 집에 묻어 갈 수 있다

방문객이 환자의 침대에 앉거나 용품을 함부로 만지는 것도 삼간다. 침대는 물론 커튼·의자·그릇·컵·식기·소지품 등에 바이러스를 옮겨놓을 수 있다. 병실 전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도 주의한다. 감염병은 가래·침 같은 분비물 외에 체액·혈액·배설물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이 교수는 “손은 바이러스·병원균 등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위”라며 “무심코 얼굴이나 눈·입·코를 만지면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침투한다”고 말했다. 원내에 있는 바이러스가 방문객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수도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 피부에 닿으면 3시간 이상 활동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병실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생존한다. 하루 최소 여덟 번 이상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손을 씻을 때는 병원 곳곳에 설치된 손소독제·세면대를 활용한다. 비누로 손바닥·손등·손가락·손톱을 1분 이상 문지르고 흐르는 물로 씻으면 99.8% 세균이 제거된다. 젖은 손은 일회용 종이타월로 물기를 닦아낸다. 물 없이 사용하는 알코올 제제는 양손 표면을 모두 덮을 만큼 충분히 짠 후 손이 마를 때까지 15초동안 문지른다. 눈에 보이는 이물질이 묻었다면 알코올 제제보다 비누를 이용해 씻는다. 세브란스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감염성 질환의 60~70%는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병실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제품이 상해 식중독을 일으킨다

환자와 1m 이내에서 대화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기침·재채기·대화 등을 통해 배출되는 비말(침방울)은 환자 주변 2m를 넘지 않는다. 마스크는 코와 입을 충분히 가리고 얼굴 사이로 공기 흐름이 없도록 코 클립을 밀착해 얼굴에 맞게 조정해 착용한다. 마스크를 벗을 때는 바이러스·세균 등에 오염된 앞면이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마스크를 벗은 뒤 곧바로 손을 씻어 감염을 최소화한다.

병실 출입 전에는 방문객 모두 일일 방문기록부에 방문 날짜와 시간, 연락처를 기록한다. 병원에서 감염병이 퍼졌을 때 추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메르스 역시 입원한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병원 방문 기록을 확인할 수 없어 대응이 늦어졌다.

손을 잘 씻으면 감염병의 6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손에 이물질이 묻었다면 손 소독제보다는 비누로 바로 씻는다

병문안은 정해진 면회시간을 지킨다. 환자를 치료·처치할 때는 분비물이 사방으로 튀어 감염 위험이 높다. 성인과 비교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는 가급적 문병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세균 감염 위험이 높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화분 선물은 삼간다.

손에는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시겔라균·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세균·바이러스가 번식한다. 사진은 씻지 않은 손을 세균배양접시에 배양한 모습.

글=권선미 기자 kown.sunmi@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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