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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 용량 절반 줄여도 24시간 효과 … 국산 신약 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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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고혈압학회에서 참가자들이 카나브의 임상 결과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인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가 전 세계 고혈압 환자의 상비약이 될 수 있을까. 이를 가늠하는 심포지엄이 ‘Optimal BP Control: the latest ARB’을 주제로 이달 12~1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됐다. 메인 심포지엄을 마련한 유럽고혈압학회(ESH)에는 유럽 전역에서 온 7000여 명의 전문의와 제약 관계자가 참석했다.

고혈압 치료제의 역사는 70여 년에 불과하다. 1945년 중증의 고혈압을 앓던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이를 계기로 혈압과 심장마비의 상관관계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뇨제가 혈압강하제로 처음 사용됐던 해가 1958년이다.

이후 혈압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방식의 고혈압 치료제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약의 종류가 많아도 약의 가치는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여주는지에 대한 효과로 판명된다.

그것이 바로 약효의 안전성과 지속성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철호 교수는 “혈압약은 혈압을 무조건 떨어뜨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완만하게 혈압을 떨어뜨리면서, 1일 1회 복용으로 24시간 약효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카나브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대조군에 비해 약효 안정·지속효과 뛰어나

유럽고혈압학회 심포지엄에선 카나브의 24시간 지속효과를 입증하는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고혈압 치료제의 약효 지속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측정된다.

첫째, 떨어뜨린 혈압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지되는지 24시간 측정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카나브를 투약한 고혈압 환자는 투약 5시간 만에 이완기 혈압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18시간 후 다시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발사르탄’ 성분을 사용한 다른 고혈압약은 투약 후 카나브보다 혈압을 적게 떨어뜨린 채로 유지되다가 10시간째부터 남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둘째, 투약 후 혈압이 가장 많이 떨어졌을 때와 가장 적게 떨어졌을 때의 차이다. 차이가 적을수록 혈압의 변동폭이 작아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숫자로 환산하면 0에서 1 사이의 숫자가 나오는데, 0.5를 넘으면 24시간 약효가 지속되고 1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뜻한다. 카나브는 이완기 혈압 기준 0.74로, 발사르탄의 0.51 보다 0.23 높았다.

그렇다면 혈압강하 효과는 어느정도일까. 복용후 혈압이 많이 떨어질수록 좋은 약이다. 카나브는 투약 후 24시간 평균 혈압강하 폭이 수축기혈압은 14.4mmHg, 이완기혈압 10.3mmHg였다. 대조군인 발사르탄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0.7mmHg, 6.7mmHg씩 떨어져 카나브보다 약 4mmHg 작았다. 이는 카나브가 발사르탄보다 혈압을 보다 낮고, 오래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24시간 지속효과와 혈압강하 효과는 용량을 절반으로 줄였을 때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나 심포지엄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카나브의 투약 용량을 기존 60mg에서 30mg으로 줄인 임상연구에서는, 대조군인 발사르탄의 용량을 종전과 동일하게 80mg으로 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나브의 혈압강하 효과와 지속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다 적은 용량으로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증 고혈압 환자는 복합제 처방 유리

고혈압 환자 중에 2기 고혈압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좋은 치료제라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아 의사를 당황하게 한다. 이완기 160mmHg, 수축기 혈압 100mmHg 이상이면 2기 고혈압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환자에게 둘 이상의 단일제를 함께 처방한다. 이른바 복합제다. 다른 치료원리를 가진 단일제를 합쳐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골대에 골키퍼가 한명 더 늘어나는 것과 같다.

세브란스병원 순환기내과 박성하 교수는 이번 유럽고혈압학회에서 카나브-노바스크(성분명:암로디핀) 복합제의 효과를 발표했다. 고혈압환자 412명을 대상으로 카나브와 노바스크를 별개로 투약한 환자군과 복합제를 처방한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단일제 투약군은 이완기 혈압을 기준으로 각각 13.0mmHg, 15.9mmHg씩 혈압이 떨어졌다. 반면 카나브-노바스크 복합제는 혈압을 21.5mmHg 떨어뜨린 것으로 측정됐다. 박성하 교수는 “단일제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는 복합제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라고 말했다.

한편 카나브를 개발한 보령제약은 이번 학회 발표를 계기로 전 세계에 카나브의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알리는 한편, 유럽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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