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회 맞는 MBC 『전원일기』 TV극작가 김정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제 대가족제도는 향수로밖에 남아 있지 않지요. 대가족제도의 아기자기함을 그린 「전원일기」 가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 향수때문이 아닌가 해요』
11일로 2백회를 맞는 MBC-TV 농촌드라머『전원일기』 집필자 김정수씨(35)의 말이다.
그는『극중의 김회장댁이 전남고흥군도양읍에 있는 시댁과 흡사해 한결 묘사하기가 쉽다』고 비결(?)을 털어 놓는다.
『전원일기』는 80년10월 차범석극본, 이연헌연출의 「박수칠때 떠나라」 를 시작으로 농촌사람들의 생활상을 잔잔한 터치로 그려온 작품.
김씨는 차범석·유현종씨 뒤를 이어 50화부터 집필, 지금까지 1백50화를 꾸며 냈다.
1주일에 한번은 경기도 광주나 이천을 찾아가고 성남의 5일장 모란장은 열릴 때마다 들러 취재한다.
『농민신문』 이나 『새농민』 잡지를 통독하는 것은 물론이다.
『너무 곱고 예쁘게만 그린다는 비난도 있고 가정잡사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받아요. 「농약사건」같은 농민의 문제를 다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소재의 제한이 너무 심해 불만입니다』
그래서 그는 가끔,「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생기고 거짓말을 한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그럴때는 비록 지금 이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마음이라도 각박한 요즘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이상향을 제시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자위한다며 웃는다.
김씨는 경희대 국문과출신으로 79년 MBC-TV 『제3교실』 공개모집에 당선, 극작생활을 시작했다. <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