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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메르스 항체 추출 성공 … 임상 단계까진 못 미쳐

중앙선데이

입력

중동에서 3년 전 처음 발병한 메르스의 백신과 치료제는 지금까지 보급되지 않았다. 메르스 치료제를 연구해 온 미국·중국·일본 등의 연구팀이 항체 추출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임상시험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교토부(京都府) 부립대 대학원 쓰카모토 야스히로(塚本康浩) 교수팀이 최근 타조알을 사용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대량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쓰카모토 교수는 “이 항체는 사람의 세포에 침입하려 하는 바이러스를 덮어 씀으로써 감염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항체는 미국 육군감염증의학연구소에서 항체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에게서 자체적인 항체가 생성되는 등 면역반응이 일어나려면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지만 외부에서 항체를 투입할 경우 이른 시간 내에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은 중국 푸단(復旦)대 장스보(姜世勃) 연구팀도 지난달 메르스 항체 동물실험 결과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연구 경험을 살려 메르스 바이러스가 체내 세포에 침투할 때 2개의 합성(fusion) 단백질이 바짝 달라붙어 막대 모양을 형성해 감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두 단백질 중 하나의 밀착 부분을 자가 배양해 막대 모양의 침투 조직 형성을 막아내는 단계까지 성공했다.

 지난 15년간 각종 바이러스 항체의 유전자를 수집해 온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웨인 머라스코 교수도 주목받고 있다. 여러 유전자를 재조합해 수십억 개의 새로운 항체를 만든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 여러 항체 중 메르스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는 특별히 강한 항체를 찾아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매슈 프리맨 교수팀도 메르스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각종 항바이러스 백신을 바이러스 확산과 더불어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사스·메르스가 모두 동물에게서 시작된 만큼 동물에게 항체를 주입하는 게 인간을 대상으로 한 백신 개발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환자에게 투여할 수준의 치료제는 확보하지 못했다. 핵심은 상업성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배양하기 어렵고, 배양한다고 해도 생산성이 낮아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바이러스는 백신을 그때그때 개발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환자 수가 급격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이 큰돈을 들여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글로벌 제약회사 관계자는 “백신 개발은 동물실험, 임상시험,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까지 몇 년이 걸리는데 상용화 시점에 그 백신이 쓸모있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감염학회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2012년 메르스 발병 이후 지금까지 백신 개발 마감(deadline)을 못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정부가 주요 바이러스 질환의 우선순위를 매겨 지금부터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에이드리언 힐(면역학) 교수는 “한국은 메르스 확산을 멈추는 데 성공하겠지만 그렇다고 세계 의료계가 백신 개발을 주저해선 안 된다”며 “연구개발에 필요한 돈은 메르스 첫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메르스 백신 개발이 에이즈(HIV) 백신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전염질환 전문가 리플리 밸루는 “바이러스는 꽤 간단한 유기체이고 체내 세포 안에 침투하는 데 필요한 항원이 모두 노출돼 있다”며 “메르스 바이러스의 핵심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략하는 게 해법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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