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신흥국서 자본유출 가능성 … 안전벨트 단단히 매고 대비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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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대비해야 합니다. 사고를 막을 순 없지만 피해는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서울시립대 윤창현(경제학·사진) 교수는 19일 그리스 사태가 한국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안전벨트론을 펼쳤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고, 유로존까지 탈퇴하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유럽 시장이 침체되면서 우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이 줄 것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유럽 수출은 지금보다 1.4% 줄고, 유로존 탈퇴로 가면 최대 7.3% 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9%가 대 EU 수출이다. 주요 수출품은 경기변동에 민감한 LCD 관련 부품·반도체·무선 기기 등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다. 더욱이 최근 메르스 사태로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안전벨트다.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요즘 정치권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위기 조짐에 무심한 것 같다.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유로화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유로화 도입 후 그리스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만일 그리스가 독자 화폐(드라크마)를 썼다면 경상 적자가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라크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이 줄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로화를 쓰다 보니 단기적으로 수입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경상 적자 상황에서 모자라는 유로화를 다른 나라에서 빌려온 것이다. 만일 그리스에 유로화가 부족했을 때 돈을 빌려오지 않고 그대로 뒀으면 물가와 임금이 떨어지면서 고통이 컸겠지만 장기적으론 수입이 줄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을 것이다. 고통의 과정을 거쳐 회복의 길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는 돈을 빌려오는 쉬운 길을 가다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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