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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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겨울바람 속에서도 해마다 이 무렵이면 뜨거운 젊음의 열기가 폭발하는 마당이 있다.
몸싸움으로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 경기장의 열기가 아니라 정신의산물을 가지고 젊음을 불사르는「신춘문예」다.
이 열기를「문단의 봄」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
새해1월1일자 신문으로발표되는 당선작과 당선작가의 꿈이 너무나 화려하기 때문이다. 벌써 초겨울11월부터 신춘문예 열기가 조성하는문단 주변의 분위기는 유별난 것이다.
신춘문예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단 등용문이다. 신문사들이 매년 부금을 걸고 문학 지망생들로부터 작품을 모아 선고 끝에 신인을 발굴하는 제도다.
거의 1천대1의 경쟁을 헤치며신춘문예는 우리 현실에서 가작명관적이고 권위있는 신인발굴제도라고 할수 있다.
그 제도는 벌써 60연의 연륜을쌓고 있다. 1925년 첫번째 신춘문예에서 동요에 한정동, 동화에 윤석중등 신인작가를 발굴한 것이다.
그때 이후 신춘문예를 거쳐 문단에 나온 작가들은수천명에 이른다. 바로 한국 문단인이 거의 그출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요즘엔 문예지들의 추천제도로 많은 신인이 배출되고 있다. 그밖에 현상문예 당선자나 동인지출신도 적지는 않다.
그러나 신춘문예의 중요성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건 기성문단에 대한신선한 충격을 지속해온 점이다. 새로운 기법과 정신으로신인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멈추지 않으며 항상 도전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문학분야에 있어서도 신인이 자기의 개성을 버리고 기성의 흉내에 머무를때 신인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근래 신춘문예가 욕구 지향의 시상제도로 기운다거나 연례적 행사에그칠까 두렵다는 비판을 듣는다.
때때로 신춘문예가 기성품화,유형화했다는 물의를 빚고 표절소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춘문예가 해를 거듭해도 독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것은 그나름의 가치때문이다.
정신적인인고를 겪으며 새봄과 함께 탄생하는 젊은 작가를축하하고픈뜨거운 열망은 이 각박한 현실속에선 오히려 소중해 보인다.『젊은 작가의 개성있는 기능을 키우려고』제정된 프랑스의 공쿠르상은 올해 70세의여유「마르그리트·듀라스」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나이보다 정신의 신선함이다.
우리의 신춘문예가 우리의 정신적 풍요를 잉태하는 신선한 축제가 될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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