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방망이 '발각' 빅리그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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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시카고 컵스-탬파베이 데블레이스 경기 1회말, 새미 소사가 타격을 하는 순간 방망이가 부러지고 있다.타구는 2루 땅볼에 그쳤으며, 부러진 방망이에서 코르크가 발견돼 소사는 퇴장당했다. [시카고 AP=연합]

미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홈런타자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가 규칙을 어기고 부정 방망이를 사용하다 적발돼 경기 도중 퇴장당했다. '당대 최고의 슬러거'가 자신을 속이고, 동료를 속이고, 그의 홈런에 환호했던 팬들을 기만했다는 데 야구 팬 전체가 배신감을 느꼈다.

소사는 "타격훈련 때 사용했던 배트를 '실수로' 경기에 들고 나갔다. 분명 내 잘못이다. 이번 일로 놀란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 의혹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소사는 4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 1회말 1사 2, 3루에서 데블레이스 투수 제레미 곤살레스의 7구째를 노려 쳤다. 그 순간 방망이가 부러졌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주심 팀 매클랜드를 비롯한 네명의 심판이 모여 소사의 부러진 방망이를 검사했다. 그리고 더그아웃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소사에게 가차없이 '퇴장'을 명했다. 소사의 방망이에서 코르크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소사는 팬과 동료,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게 사과했다. 소사는 자신의 타격훈련 때 커다란 타구를 때려 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늘 기뻤고, 그런 기쁨을 위해 코르크가 들어간 방망이를 훈련 때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중에까지 그런 방망이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 방망이를 들고 나간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즉시 소사의 나머지 방망이를 수거해 조사에 착수했다.

"징계 감이지?" 심판들이 부러진 새미 소사의 방망이를 검사하고 있다. 방망이를 손에 쥐고 있는 주심 팀 매클랜드는 1994년 앨버트 벨의 부정 방망이 사건 때도 심판진의 일원이었다. [시카고 AP=연합]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진심으로 소사가 그 방망이를 '모르고' 들고 나갔을 것으로 믿는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그의 명예와 경력은 물론 메이저리그, 컵스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단 소사를 감쌌다.

그러나 의혹은 금세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관중 가운데 한명인 크레익 카는 "소사가 지금까지 세운 기록 모두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스포츠전문 네트워크 ESPN은 '지금까지 그가 때린 5백5개의 홈런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나온 게 있다면?"이라는 리드로 기사를 시작했다. 소사의 나머지 방망이를 조사한 결과와 징계 수위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경기에서 소사와 함께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최희섭(24)은 3타수 2안타로 공격을 주도하며 2득점,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최희섭은 4회 내야안타, 6회 2루타를 기록했고, 8회에는 볼넷으로 진루해 동점 득점에 성공했다. 최희섭은 시즌 타율을 0.246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뒤 첫 선발등판이 예정됐던 김병현(24)은 비로 경기가 취소돼 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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