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엘리엇 정관 변경 요구 받아 들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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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메니지먼트(엘리엇)의 ‘여론전’에 삼성물산이 표 대결이란 ‘강공책’을 꺼내들었다.

 18일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열고 엘리엇의 주주 제안을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의안으로 추가 승인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측에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현물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뿐 아니라 주총 결의만으로도 중간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법 상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돼 있는 중간 배당을 주총 결의만으로 시행하는 건 위법”이라면서도 “원활한 합병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임시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향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처분소송·행정소송과 같은 법정 공방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합병 논란을 끝내겠다는 포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백기사’로 나선 KCC도 삼성물산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KCC는 이날 제일모직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KCC는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 지분을 10.19%, 삼성물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이어 제일모직의 경영권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사전 방지에 나선 것이다.

 한편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반대 이유를 설명한 세부 보고서를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공개했다. 19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 첫 공판을 앞두고 벌이는 여론전이다. 다만 엘리엇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승계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는 반드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일단 우호 세력을 최대한 많이 결집하기 위해 ‘합병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명분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며 “주총 전까지 삼성과 엘리엇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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