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김씨가 억대 연봉 받는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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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기능한국인에 뽑힌 김영호(50)씨는 영진하이텍 대표이사다. 연매출이 260억원인 강소기업이다. 이 업체가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진동모터는 자동차나 휴대폰과 같은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이다. 김 대표는 구미전자공고에 다니다 실습생으로 회사에 입사해 기술을 배웠다. 여기서 그는 장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이 기술로 1997년 회사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든 공부든 하겠다는 집념이 중요하다”며 “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처럼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사람은 지난달까지 99명이다. 이달에 100번째 기능한국인이 나온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그동안 선정된 이달의 기능한국인 7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한 해 1억 이상 버는 사람이 10명 중 6명에 달했다. 77%가 자영업을 하고, 나머지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들의 스펙은 요즘 청년들에 비하면 형편없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학력은 10명 중 9명 이상이 고졸 이하였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거나 아예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도 4명 중 한 명(25.7%) 꼴이다. 전문대 이상 문턱을 넘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김 대표의 말처럼 열정 하나로 업계 최고봉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들의 학력은 처음 사회생활할 때와는 달리 많이 높아졌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70%에 달한다. 10명 중 한 명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박종길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이들은 현장에서 기술을 익혔기 때문에 여느 박사학위 소지자 보다 우대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들을 대상으로 일과 성과, 전략변화, 조직관리와 사람관계, 개인적 역량과 같은 4대 역량평가를 실시한 결과 4점 만점에 4점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일반 회사원은 우수한 인재가 3.5~4점 정도다.

 대부분의 기능인들은 반퇴시대가 무색하게 은퇴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계획중이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2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송신근(61)씨는 서울 시내 전문고교에서 학생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72년 한독직업학교를 나와 판금분야의 명장으로 자리잡았다. 송씨처럼 은퇴 뒤 사회봉사활동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93%에 달한다. 기능한국인 가운데 절반은 후진양성이나 교육시설 설립을 꿈꾸고 있다. 기업의 경영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20%에 달한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또 다른 신사업에 도전하겠다는 사람도 17.1%였다. 이들이 은퇴 뒤 이런 꿈을 꾸는 것은 돈을 벌려는 욕심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 때문(88.6%)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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