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 이 우울·불안 씻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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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우울증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공과대(MIT) 신경회로 유전학센터의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교수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광(光)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생쥐의 뇌에 빛을 쬐면 뇌세포가 활성화되도록 쥐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이런 쥐 수컷을 암컷과 한 우리에 넣어 생활을 하게 한 뒤 그 때의 기억을 저장한 뇌 신경세포를 찾아내 표시를 했다. 그런 다음 쥐를 암컷과 떼어 다른 우리에 가둔 뒤 열흘 동안 꼼짝 못하게 하는 등 스트레스를 줬다. 쥐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꼬리를 잡아 들어올려도 움직이지 않았고, 달콤한 설탕을 줘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이 불안·우울증을 겪을 때 보이는 증세와 비슷했다.

 하지만 행복한 기억을 저장한 뇌세포에 빛을 쬐자 다시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였다. 닷새 연속 이를 반복하자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증세가 없어졌다.

반면 스트레스를 받은 쥐를 다시 암컷과 같은 우리에 넣었을 땐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행복한 경험 자체보다 그 기억이 더 강한 치유 효과를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행복한 경험은 단순히 뇌에 저장되는 반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일종의 ‘보상 효과’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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