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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 메르스에 취약한 이유? 손상된 신장 또 공격받아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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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고위험군엔 당뇨·신장·폐(호흡기) 등 크게 세 가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속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메르스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17일 기준 국내 메르스 사망자 20명 가운데 16명이 만성질환자로 드러났다. 왜 만성질환자가 메르스에 취약할까.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는 “일반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는 감염병 발생 빈도가 높고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도 높다”며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르스로 사망한 28번 환자(58)와 38번 환자(49)는 감염되기 전에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들 환자는 기존의 당뇨병 때문에 메르스 증세가 더 심하게 진행됐다. 당뇨병이 생기면 우리 몸 속 면역 체계의 핵심인 T세포(바이러스나 암 세포 등 항원을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의 기능도 덩달아 저하된다. 당뇨병이 면역저하를 부른다는 얘기다.

 당뇨병 환자가 메르스에 취약한 이유는 또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와 신장을 공격한다는 특징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가 제대로 관리를 받지 않아 고혈당 상태가 오래가면 혈관이 손상된다. 딸기에 설탕을 치면 딸기 표면이 흐물흐물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으면 주로 미세혈관에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곧바로 신장 손상으로 이어진다. 최 교수는 “혈당이 높으면 신장이 손상되는데 메르스에 걸려 신장을 공격당하면 환자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메르스가 신장 손상을 유발하는데 당뇨병까지 있다면 환자의 상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 신부전증 등 신장 질환자는 몸에 쌓인 요독(尿毒) 때문에 위험하다. 서울백병원 신장내과 구호석 교수는 “만성 신장 질환자는 기본적으로 감염에 취약한데 이는 요독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고 그 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독은 신장 기능 저하로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고 쌓이는 노폐물이다. 이 독소가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사소한 감염도 잘 낫지 않고, 예방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생기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 폐 질환자는 일단 호흡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폐 속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물리적으로 바이러스를 내보내기 어렵다. 침투한 바이러스가 고스란히 폐에 남아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염증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제거하지 못하고 쉽게 폐렴으로 진행된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폐기능이 떨어져 있는 만성 폐 질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되면 혈관과 장기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회복이 더디고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위험군에 속한다 해도 평소 건강 관리를 잘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남세브란스 안철우(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도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제때 챙겨 먹으면서 잘 관리하면 일반인과 비교해 면역력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며 “고위험군에 속한다 해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등 예방 노력을 하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김진구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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