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중공 남북대화 계속 의견일치|동경에서 본 김일성의 「북경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달 26일에 있었던 북한 김일성의 중공방문은 그가 경제개방정책을 공표한 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뿐만아니라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은 판문점총격사건이 있은지 불과 3일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이번 방문길에 김일성은 등소평중앙군사 고문위주임·호요방당총서기등과 연속회담을 가졌는데 북한측에서는 김일성외에 허담정치국원겸서기 (전외상)및 황장엽서기가 회담에 동석했다.
황장엽은 김일성종합대학총장·최고인민회의의장·동상설회의의장등을 지낸 철학박사로 김일성의 이른바 주체사상의 수립과 보급에 종사해온 인물이다.
중공·북한관계 및 양측 공산당관계와 한반도정세가 논의된 이번회담에서 판문점총격사건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대해 오흥당중공당대외연락부공보관은 『이번 회담의 주요테마는 아니었으나 논의는 되었다』고 밝히고 한반도 정세에대해 『양측은 한층 긴강완화를 희망하고 있음을 표명했다』고 말해 남북대화의 필요성과 유지에 중공·북한이 의견의 일치를 보았음을 시사했다.
이번 회담이 판문점총격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마련된 것이 아님은 확실한 것같다.
북경발 외신들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회담에서 예기치못했던 총격사건의 발생과 이로인한 남북대화 연기문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일본의 관측통들은 이 문제에 관해 중공이 북한측에 대화의 계속을 강력히 요청하고 김일성을 설득하기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중공은 남북대화가 재개됐을때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용기있는 제1보」(신화사) 라고 찬양하고 총격사건이 나자 사실보도만을 하는등 이를 묵살하려는 태도를 취해왔다.
김일성이 중공을 방문한 본래의 목적은 경제개방정책에따른 중공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견이 일본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9월8일 공영법채택·실시로 개방정책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북한이 기대하는대로 미일등 서방자본과 기술이 북한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조건이 나쁘다는 사실을 북한측이 모를리 없다.
북한으로서 결국 기댈곳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미국·일본등과 두터운 파이프를 갖고있는 중공밖에 없다는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이밖에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재선·일본의 「나까소네」정권 2기연임등에 따른 대응책등도 북한으로서는 중공과 협의하고 싶은 문제였을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군부에 영향력이 큰 소련과의 관계도 중공지향정책을 표방키로한 북한으로서는 중공측과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볼수 있다.
소련은 북한에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있는등 북한·중공사이에 쇄기를 박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의 국경회담도 실은 소·북한간의 무역확대가 주목적이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이 중공수뇌와의 회담에서 모든문제에 일치를 보았다고만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대중공접근을 한층 진전시키고 동시에 중공의 대북한영향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것같다.<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