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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를 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어느날 갑자기 퇴직이란 엄청난 경고가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산다.
의사는 의사대로 자신이 치료한 환자에 대해 어떤 이상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운다.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능력자인 경영주는 어떠한가. 머릿수 많은 식구를 거느린 책임자로서 더큰 근심속에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렇게 따져 보면 이 세상에서 어느 한 곳도 안주할수 없음을 알게 된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유명인이건 무명인이건 한결같이 누구나 떠돌이 신세를 못 면한다. 그중에서도 문예지는 어떠한가.
최근 한 10년 버텨 오던 모 문예지가 경영권을 넘겼다. 10년이지만 그동안 두번째가 된다.두번 다 문인에게서 문인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이 땅의 가진 이들은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에는, 그것이 비록 사회의 공기라 할지라도 결코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또 한가지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문예지에의 애착은 문인밖에 없다는 점이 서글픔을 안겨 주었다.
현대를 살면서 이익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악착스런 잇권 뒤에 남는 것은 단지 부의 축적일 뿐이다. 마음이 박토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문인 대부분이 추구하는 목적은 아름다운 글, 빛나는 글, 감동적인 한편의 글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길이 살아남기를 원하는 것 뿐이다.
자신의 작품으로 떼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나 명예의 한 수단으로 문인되기를 희망하지는 않는다. 이런 문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다. 그 지면은 말할것도 없이 문예지다. 문예지에 실리는 글은 문인 스스로도 공을 들인다. 자신의 문재를 최대한 발휘하러 애쓰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문단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예지가 모두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책을 외면하는 우리 국민성을 드러내준다. 흥미 위주로 메워나가는 잡지류들 만큼도 그 발행부수가 못 미치는 것은 건전한 사고의, 정서순화를 위한 책을 외면한다는 풍토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예지의 존재가 몇년이나 서점가 한구석에서라도 자리를 차지할는지 의문이다.
젊음의 한 기간을 아낌없이 바쳐버린 보람도 없이 새집으로 시집보내야 했던 그 문예지 경영인을 생각하면 그간의 노고가 다만 눈물겨울 뿐이다. 또 새 살림을 과감히 떠맡은 분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10년 가까이 문예지 언저리에서 살아온 내 경력이 이런 노파심만을 키우게한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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