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리미엄 향수 살짝, 나만의 향기 솔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영국 향수 브랜드인 조말론 한남부티크(서울 한남동)에서 한 여성이 향수를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이곳은 전 세계 조말론 부티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불경기에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립스틱 효과’가 아니라 ‘니치 향수 효과’라는 말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 니치 향수뿐 아니라 자신만의 향을 연출하기 위해 고급 패브릭 퍼퓸, 향수 비누 같은 다양한 향 제품을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가 즐겨 쓰는 향수는 장미향이 매력적인 바이레도의 ‘로즈 느와’다. 바이레도는 스웨덴의 고급 향수 브랜드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도 이 브랜드의 ‘발 다프리크’를 애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향수는 프레데릭 말 ‘베티버 엑스트라 오디네르’. 세계적인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레드 카펫에 설 때 뿌리는 제품은 톰 포드의 ‘벨벳 오키드’다. 배우 송혜교는 펜할리곤스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오렌지 블러섬’ 매니어였다고 한다.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은 세르주 루텐의 ‘로’를 즐겨 사용한다.

일반 향수보다 가격 3~5배 비싸

조금은 낯선 이 제품들은 ‘니치 향수’들이다. ‘니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서 유래된 말로 ‘틈새’라는 뜻이다. 니치 향수는 소수의 제한된 고객을 위해 최고의 조향사가 만든 프리미엄 향수로 일반 향수보다 가격이 3~5배 정도 비싸다.

천연 원료를 써 독특한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니치 향수는 향수 매니어뿐 아니라 나만의 향수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백이나 의류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할리우드 배우와 미국 대통령이 쓰는 ‘명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향수 매출은 2012년 전년 대비 93%,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243%, 23% 뛰었다. 롯데백화점의 향수 상품군의 신장률은 2012년 22%, 2013년 36%, 2014년 30%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니치 향수 브랜드는 아닉구딸, 세르주 루텐, 프레데릭 말, 메종 프란세스 커정, 갈리마드, 르라보, 바이레도, 펜할리곤스 등 다양하다. 2~3년 전부터 딥티크와 조말론 등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세계 최대 규모 향수 부티크 문 열어

니치 향수에 대한 인기 덕분에 단독 부티크를 여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조말론은 지난달 중순 서울 한남동에 부티크를 열었다. 전세계 조말론 부티크 중 최대 규모다. 시그니처 향 컨설팅, 핸드 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프랑스 브랜드 딥티크는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부티크를 열었다. 이탈리아 브랜드 아카카파도 압구정 부티크를 운영 중이며, 올 하반기 국내 론칭을 앞둔 프랑스 브랜드 프라고나르도 부티크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인 최성은(32·여)씨는 “니치 향수는 향도 좋지만 최고의 조향사가 브랜드만의 상징적인 이야기를 담아 만든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나만의 고급스러운 향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10만~20만원 정도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다양한 향 제품 섞어 개성 있게

향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누구나 다 아는 대표적인 향을 구입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향을 찾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조말론 리테일 오퍼레이션 매니저 권태일 부장은 “예전에는 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해 주는 베스트셀러 향을 중심으로 많이 구입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매장에서 다양한 향을 체험해 본 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향수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향수를 함께 사용하고, 보디 오일이나 보디 파우더처럼 특별한 향이 있는 보디 제품을 바른 후 향수를 뿌리기도 한다. 손목이나 관자놀이 같은 부위에 향이 좋은 에센셜 오일을 살짝 바르면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전문 조향사가 블렌딩한 천연 향수 비누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진출한 ‘클라우스 포르토’는 130여 년 역사를 지닌 포르투갈 비누 브랜드로, 비누 1개(150g)의 가격은 1만8000원. 일반 비누에 비하면 상당히 고가지만 향을 한번 경험해 본 후에는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향수 대신 프리미엄 패브릭 퍼퓸을 이용하기도 한다. 은은한 향이 섬유에 배게 하는 패브릭 퍼퓸은 깔끔하고 싱그러운 향이 대부분이다. 대표 제품은 ‘런드레스’. 샤넬과 랄프로렌에서 일한 전문가들이 론칭한 브랜드로, 고급스럽고 프레시한 향 덕분에 수많은 해외 셀레브리티와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하현정 기자 ha.hyunjung@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