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남한 여성 기술인의 능력 보여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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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건설 중인 체육관에 우리 기술진이 최고 수준의 조명설비를 설치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북한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어 조명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루 빨리 전력난이 해결돼 북한 주민들이 밝은 불빛 아래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현대정주영체육관'의 조명시설 공사를 마치고 최근 서울로 돌아온 ㈜난지전기 노서연(魯瑞姸.31)이사. 그는 지난 2월 여성 기술인력으로는 최초로 북한 땅을 밟았다.

"첫 방북 때였습니다. 북측 인사들이 남한에서 온 기술진의 책임자가 여성인 것을 보고는 '여성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어요. 하지만 보란 듯이 공사를 해내니까 나중에는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빈틈없이 준비를 했다고 한다. 1백92개에 달하는 전구의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북한에 들어가기 전 일일이 테스트를 했으며, 조명설비 하나하나에 완벽을 기했다.

지난 4월 중순 2차 방북 때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일주일 일정으로 평양에 들어 갔지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전파를 우려한 북한 당국이 국제선 항공편을 폐쇄해 돌아오는 길이 막힌 것이다.

도쿄 니혼(日本)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그가 조명일을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로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1998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 그는 전공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경영하는 난지전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정용수 기자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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